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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트럼프 당선에 이스라엘 미소, 우크라이나 울상... '사업가 기질'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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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측 불허의 글로벌 지각변동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전망]
①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협상 압박
②이스라엘 강경 기조에 힘 실을 듯
'더 많은 이익' 얻는 쪽에 기울 가능성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9월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노스캐롤라이나주 민트힐에서 연설하는 모습. 노스캐롤라이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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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체제는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예측불허 글로벌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외교·안보 정책의 변수'는 '트럼프'다. 트럼프 당선자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즉흥성'과 '사업가 기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시 목표나 특정한 로드맵을 충실히 따르기보다는 '어떤 선택이 미국 또는 자신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느냐'에 따라 대외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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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앞줄 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당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뉴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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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악재"... '사업가 기질 자극' 변수


당장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장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한 상태에서 종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불리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우크라이나에서 계속 치솟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쟁을 싫어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이 부담을 지는 전쟁이 지속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뜻에 가깝다. 대선 후보 때부터 줄곧 밝혀 온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발언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략상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낼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 주변에서 나오는 여러 구상은 우크라이나를 좌절시키기에 이미 충분하다. 트럼프 당선자 외교정책 고문 등 측근들이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제안한 종전 구상이라며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해당 구상은 '①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령한 현재 전선을 그대로 동결한다. ②우크라이나가 최소 20년 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③그 대가로 미국은 러시아 공격 방어용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계속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요구, 즉 '영토의 완전한 회복', '나토 가입', '러시아에 대한 공격'과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이다. 독일 대표 싱크탱크 독일외교협회(DGAP) 토마스 클라이네-브록호프 이사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을 테지만 어쨌든 우크라이나에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레이첼 타우센트프러운트 수석연구원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쪽으로 강제 종전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자의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는 욕구'를 건드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지원하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이어가도록 하는 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거두며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비슷한 맥락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우크라이나가 유망한 사업 기회를 지녔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미국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다' 등을 보여주려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쿠스 예거 DGAP 지정학·지경제학·기술센터 연구원은 "만약 러시아가 과도한 요구를 한다고 판단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적대 행위 종식을 압박하는 방편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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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악수하고 있다. 예루살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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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없다' 확인되면 이스라엘 계속 지원





이스라엘 전쟁도 기로에 섰다. 일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라'는 압박을 받아 온 이스라엘은 정권 교체에 환호하고 있다. 1기 행정부 때부터 노골적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편 트럼프 당선자가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에 힘을 싣고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질서 재편을 지지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기 집권 당시 이스라엘 편향적 자세를 취해 왔고, 2기 때도 그렇게 할 것으로 전망되는 트럼프 당선자의 판단 이유는 실리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정학 관점에서 보면 불안정한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적국인 이란을 견제해주면 미국으로서는 좋다. 미국 내부 정치로 봐도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추는 게 보수 및 유대계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된다. 클라이네-브록호프 이사는 "트럼프 당선자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이스라엘을 덜 구속하고 더 협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이스라엘 정책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이미 우위에 서 있는 이스라엘의 호전성을 더 부추길 수 있다. 아울러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하거나 이스라엘에 합병하는 극단적 구상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오르내린다. 실제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로 '서안 지역 합병론'을 강하게 주장해 온 학자 겸 외교관을 8일 임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對)이란 제재 강화를 공언한 점도 중동 긴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이스라엘 지지'가 '전쟁 지지'와 동의어는 아닐 수 있다. WSJ는 '트럼프가 고립주의적 반전(反戰)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부분이 이스라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향후 전쟁을 좌우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타우센트프러운트 수석연구원도 "트럼프 당선자는 기본적으로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하는데 미군 피해 등이 예상되면 이스라엘 지원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자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중동정책을 좌우했지만 2기에서는 제외됐다는 점도 1기 때와 다른 중동 정책을 만들 변수가 될 수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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