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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핵심 국정목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대규모 투자액에 대한 세제지원 등 산업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시도는 산업계로부터 일부 환영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세부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례로 원전 육성에만 매달려 전 세계 에너지 핵심 의제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은 도외시했다. 또 실체도 모호한 ‘R&D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며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점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주요 산업분야에서 어떠한 성과를 냈고, 또 한계와 부족함을 드러냈는지 짚어봤다.
◆반도체 육성 방안엔 업계도 긍정…인프라 구축 등 실천 노력은 낙제점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오는 2031년까지 반도체 핵심인력 15만명+α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세제·예산지원과 인허가 신속 처리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등의 방향성은 큰 틀에서 정책 설계가 나빴다고는 볼 수는 없다. 반도체업계도 대체로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의지에 환영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에서도 반도체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한편, 올해 일몰을 앞둔 투자세액공제도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에 차질이 없도록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초대형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의 필요성을 외치면서도 전력 및 용수 공급 등 핵심 인프라 공급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제조업을 뒷받침할 재생에너지에 대한 낮은 이해도도 불안 요소다. 전 세계적으로 RE100 움직임이 확산하는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탈(脫) 원전 하면 반도체나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산업지원을 위한 세제 혜택 등 법 개정이 시급한데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대표적인 게 제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일명 ‘K칩스법’)이다. 이 법안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오는 203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경제안보와 연관성이 큰 산업임에도 외교당국의 역할이 소극적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 예로 일본 정부는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양 후보 진영에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현안에 대해 양국 간, 대선후보 진영과 긴밀한 소통창구를 개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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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3강’ 도약 선포…전기차 지원책부터 챙겨야
윤석열 정부는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지금의 5배로 높여 우리나라를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키겠다고 선포했다. 특히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안’에서 2030년까지 전체 등록차량 약 2700만대 중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대수를 450만대(16.7%)까지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전에 따라오는 지원책은 부족하다.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지원과 특례기업·특화산지 지정, 규제특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R&D 지원과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확대, 부품업계 사업전환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전기차 투자에 3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하는 등 획기적 투자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우리 정부 역시 전기차 생태계 기반이 충실히 유지되도록 외국에 상응하는 수준의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환경부가 국내산 배터리를 채택한 국산 전기차에 높은 보조금을 지원하고 테슬라 등 대부분의 수입차에 낮은 보조금을 주기로 한 정책을 두고서도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구매 보조금 확대보다 충전인프라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김현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과거 4년간(2019~2022년)의 신규등록차량에 기반을 두고 실증분석을 수행한 결과, 전기차 보급 확대 측면에서 충전인프라 확충이 구매보조금 지급보다 비용 면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향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구매 수요를 전반적으로 키울 수 있는 충전인프라 보강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바이오위원회,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역할 해야
윤석열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은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영향에 따른 의료대란이 터지며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이 제 기능을 못 하면서 바이오기업의 신약개발 임상에도 차질이 생긴 게 대표적이다. 다음달 출범 예정인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후반기 바이오헬스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바이오∙IT 융합 기술 육성 등을 집중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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