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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1400원대=뉴노멀" 환율 트라우마 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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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82.57)보다 14.30포인트(0.58%) 내린 2468.27에 개장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10.52)보다 2.00포인트(0.28%) 하락한 708.52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03.5원)보다 6.5원 오른 1410.0원에 출발했다. 2024.11.13. hw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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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에 결국 원·달러가 1400원대에 올라섰다. 행정부 내각 구성과 공약 구체화에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오르는 내년 1분기까지 강달러가 기승을 부리며 1400원대 환율 장기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1400원대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은 경제 위기로 인식했던 과거와는 차이가 있다. 국내 상황보다는 트럼프 발 강달러에 영향받아 다른 나라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위기 신호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전거래일(1403.5원) 대비 6.5원 오른 1410원에 장을 나섰다. 전날 2022년 11월 7일(1401.2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 처음으로 1400원대에 진입한 환율은 이날 새벽 2시 종가(1408.9원)를 거쳐 상승세에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그동안 1400원대 환율은 경제 위기와 동의어로 치부됐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미국의 긴축과 레고랜드 사태가 겹친 2022년 정도 등 국내 신용 리스크가 불거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중동 리스크에 원·달러가 1400원을 터치하고, 10월에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따른 소위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에 달러값이 치솟자 외환당국이 곧바로 개입했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1400원대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국내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환율이 치솟았던 과거와 달리 내부요인보다 미국 상황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1400원대 환율에 대한 경계가 낮아졌다는 얘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위싱턴D.C. 출장 중 "현재 환율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구두 개입에 나섰던 과거와는 차이가 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타겟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외환위기와 달라 지금은 우리가 채권자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정부와 한은의 시각이 달라진 데는 트럼프의 귀환에 따른 강달러가 고환율 진원지가 돠면서 거스르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를 풀어 1400원 진입을 막다가 달러 가치가 더 치솟자 이제 사실상 1400원대 환율을 용인했다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당선 후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스몰컷(0.25% 인하) 나선 직후를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은 매거래일 장중 1400원을 터치했다. 그사이 달러인덱스는 106선까지 차올랐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달러값 강세는 트럼프 행정부 내각 구성에 관세와 이민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설이 힘을 받은 영향이 크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늦추고, 바클레이즈도 내년 인하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여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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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스=AP/뉴시스]지난 10월14일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에서 열린 타운홀에서 'Y.M.C.A.' 노래에 맞춰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와 춤을 추고 있다. 20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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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도 1400원대 환율이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경제 펀더멘털 등 내부적인 문제와 함께 신용 리스크까지 겹쳤던 때와 달리 이번 고환율은 대부분 원인이 강달러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값이 2년 만에 1400원대로 떨어진 가운데 유로화는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낮아졌다. 중국 위안화 역시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여기에 서학개미가 보유한 막대한 해외주식도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며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 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여유가 생겼다. 외환보유고는 10월 기준 4146억 달러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억 달러에 비해 20배로 안정적인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를 과거 환율 1400원 당시와 같이 경제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원화만 절화되는게 아니라 각국 통화 절하는 달러 강세에 따른 글로벌 공통 현상으로 우리나라에 문제가 생긴 케이스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400원을 넘었다고 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면서 "추가로 상승할 수 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1300원 후반에서 1400원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당분간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1400원 안착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지만 이를 또 다른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환율이 외국인 이탈 가능성과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향후 경계해야 할 요소다. 같은 돈으로 더 비싸게 원자재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률과 한은의 금리 인하를 지연시킨다는 점도 악재다.

과거처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상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해진다. 하지만 최근 환율은 강달러에 영향받아 경쟁국의 화폐 가치도 함께 떨어져 수출 효과가 제약된다.

신승철 한은 통계국장은 최근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수출 경쟁력이 가격에서 품질로 전환되면서 환율이 높아져도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것은 크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보편관세, 보호무역 공약은 수출 여건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 까지 원·달러가 1400원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원·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1400원대를 중심으로 한 등락 내지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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