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미 NBC 방송 전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언급할 것은 없지만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에 준비돼 있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이 말하는 ‘대화’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논의하겠단 뜻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통령이 되면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대화할 뜻을 밝히며 자신이 바라는 종전 모습까지 제시했다. 둘이 아직 대화테이블에 마주앉은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구체적 종전 논의가 오가는 모양새가 됐다.
푸틴 대통령은 “그곳에 중립성이 없으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좋은 이웃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도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안 된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에 대해서는 “특정 영토와 우리가 역사적 영토에 사는 사람들의 주권적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거주민을 대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해 이 지역 합병을 선언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장악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 조건을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영토를 온전히 지키면서 서방에 추가 무기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북한 파병을 계기로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라는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가 진입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미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협상안을 구상 중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진영에서 우크라이나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뒤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 당선인도 지난 9월 인터뷰에서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방법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즉 나토 등 서방 동맹의 기구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받게 된다”고 한 바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 구상은 푸틴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보도를 해왔다. 아직 입장차가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 리더십이 교체되고 실제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게 되면 가능한 구상들을 올려놓고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