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각자 자기중심식 사고
편향된 신념서 탈출 어렵지만
교육 통해 객관화 능력 등 길러
포용·소통 통해 문제 해결 필요
하이트는 ‘행복의 가설’에서 ‘세계 평화와 사회 화합에 가장 큰 장애물’로 ‘순진한 실재론’을 든다. 우리는 자신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달리 생각하는 이유는 아직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사적인 이익이나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 경향을 ‘순진한 실재론’이라고 부른다. 이는 집단 차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
우리가 순진한 실재론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이유로는 지각의 불완전성과 뇌의 자기중심성을 들 수 있다. 대상에 대한 인간의 지각은 정확한 스냅 사진이 아니라, 주관적인 환상에 가깝다. 즉, 우리 각자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감각은 뇌가 재구성한 것이다.
뇌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심리학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자기중심적이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제이슨 미첼에 따르면 유사한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와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생각할 때 아예 뇌의 작동 부위가 달라진다. 뇌는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구축하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더라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형성된 신념이나 의식은 현상을 인식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의 이러한 불완전성, 자기중심성 그리고 보수성으로 인해 우리는 나름의 편향된 신념체계를 갖게 되고, 일단 그러한 신념체계를 갖게 되면 자신의 신념체계에 부합하는 주장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이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이 이 한계에 갇혀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면 뇌가 이렇게 생겼으니 편향된 신념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개인이나 집단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사람들은 극적인 사건, 혹은 지속적인 삶의 경험 축적과정을 통해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의 말로 전해지는 “사람이 나이 스물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 마흔에 보수주의자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말은 그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갇혀 있는 사고의 틀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새로운 경험 혹은 새로운 의견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지각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해서 그들의 생각의 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대로 영향을 받는 능력도 갖고 있다. 뇌는 선천적으로 보수적이지만 균형을 잡기 위해 새로움을 탐구하는 욕구도 갖고 있다. 뇌의 또 다른 측면을 활용해 순진한 실재론에서 벗어나도록 이끌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고정관념 강화, 극단적 의견 형성, 사회 분열이라는 문제를 증폭함을 깨닫고 벗어나도록 도와야 한다. 명상 등의 훈련을 통해 자기객관화 능력을 길러주고, 사고, 논쟁 그리고 세상을 해석할 때 이러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우리 대부분이 순진한 실재론에 빠져 있음을 받아들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그들도 국가의 미래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음을 믿으며 서로의 마음을 열어야만 대한민국은 오늘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순진한 실재론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자들이 떨쳐 일어날 때,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제도를 만들 때, 대한민국은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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