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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노광우의시네마트랩] ‘오징어 게임 2’ 그리고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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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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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시즌2’가 지난해 12월26일에 공개되었고 넷플릭스의 전 세계 시청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우리에게는 대중음악의 BTS, 영화의 ‘기생충’, 게임의 ‘페이커’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류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거론될 작품이다. 그렇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언어로 쓰든 미래에 출간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매체사의 역사책에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기록되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OTT 서비스의 국제적 팽창과 경쟁이 격화된다는 매체 환경의 변화가 외적 요인이지만, ‘오징어 게임’이 담고 있는 내용에 전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요소, 공유하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기에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헝거 게임’이나 ‘컨뎀드’, ‘배틀 로얄’과 같은 데스 게임 장르에서는 대체로 참가자들이 무기를 들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설정으로 전개되는 데 비해 ‘오징어 게임’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즐겼던 놀이가 승자와 패자,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는 설정이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현실에서도 재연하기 쉽고,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졌으며,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라는 스핀오프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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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즌 1’에서 엄청난 채무를 지닌 사회적 약자들끼리 모여서 생존과 우승 상금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인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고, 등장 인물 각자가 처한 딱한 상황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시즌 2’는 극한에 몰린 약자들이 모여서 게임을 벌이게 하고 그 경쟁을 관람하는 가진 자들의 횡포에 분노한 ‘시즌 1’의 우승자 성기훈(이정재)이 자기가 가진 우승 상금 456억원을 이용해서 협력자들을 구해 그 게임 체계 자체를 파괴하고 게임을 멈추려 하지만 실패해 다시 게임에 참여하고 게임에 참여한 이들의 각기 다른 사정이 소개된다. 이때, 각자의 사정에 공감하고 동정하는 이들과 각자 비슷한 사정이 있으니 그저 경쟁자일 뿐이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이들이 크게 대립한다. 이미 게임의 허실을 아는 성기훈은 게임에 참여하면서도 게임의 구조를 파괴하려고 한다.

이런 설정은 ‘설국열차’(2013)를 연상시킨다. ‘설국열차’에서 커티스(크리스 에번스)와 그 일행은 꼬리 칸에서 머리 칸으로 가서 설계자 윌포드에게 항의하려고 한다. 그에 비해 기차의 보안 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는 빙하기가 끝나고 있음을 알고 열차를 파괴하고 기차라는 체계 밖으로 나가려 한다. 정해진 체계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고민하는 일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과 달리 체계 자체를 바꾸려 하는 이가 있다는 것이 유사한 점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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