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화)

'비밀의 숲' 열리니 쏟아지는 '황금비'..에버랜드 은행나무 군락지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인근 신원리 일대에 약 4만5000평( 15만㎡) 규모로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를 위해 은행나무 약 3만 그루를 식재한 이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해왔다./사진=김온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꽁꽁 숨겨져 있는 '비밀의 숲'을 열고 좀더 깊숙이 들어가니 황금색 잎비가 바람을 타고 쏟아졌다. 노랗게 수놓은 낙엽들을 밟으며 나무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그야말로 따스하고 포근한 가을 그 자체였다. 복잡한 생각들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몸 전체가 상쾌해지니 절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여기는 전국구 명소로 알려진 강원도 홍천 내면에 있는 은행나무숲이 아닌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 인근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 군락지다. 에버랜드는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를 위해 경기도 용인의 신원리 일대 약 4만5000평(15만㎡) 땅에 은행나무 약 3만 그루를 심은 이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해왔다. 이 군락지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은행나무가 전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다.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은행나무는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기 어렵다. 그만큼 에버랜드 은행나무숲의 자연적인 보존가치가 크단 얘기다.

에버랜드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매주 금·토·일 총 9일간 이 '비밀의 은행나무숲'을 하루 3번씩 공개하는 프로그램을 시범운영 중이다. 지난달 18일 선착순 예약을 받은 지 2분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는데 특히 2030세대의 예약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까지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싶은 기업과 단체 중심으로 숲을 개방해왔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에버랜드에서 마련한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신원리 은행나무숲 입구로 이동해 왕복 약 2km로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으며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숲속에 마련된 명상장에 도착하면 유튜브에서 '꽃바람 이박사'로 활동하는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조경학 박사)이 은행나무숲에 담긴 재미있는 얘기도 들려준다.

머니투데이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인근 신원리 일대에 약 4만5000평( 15만㎡) 규모로 1970년대부터 산림녹화를 위해 은행나무 약 3만 그루를 식재한 이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해왔다./사진=김온유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일 직접 찾은 에버랜드 은행나무숲은 함께 산책에 나선 이 그룹장 외엔 단 한명의 외부인 목소리도 들을 수 없어 고요했다. 마치 홀로 걸으며 명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중간에 숲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바람과 나무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명상 시간이 주어졌다. 전체 4km 코스 중 잠시 마련된 잠깐의 휴식은 또다시 숲을 즐길 재충전의 시간이 됐다.

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여러 톤의 색깔을 가진 은행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뜨거운 여름 이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한다. 그런데 올핸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은행잎이 물들지 않고 한 나무에 노랑과 초록 사이 여러 색의 톤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은행나무가 뜨거운 지구를 견디기 위해 나름 애쓰는데 그런 눈으로 보면 예뻐보이기도 한다"며 "기후위기가 해결되면 이런 2톤, 3톤의 은행잎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킹 이후엔 인근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체험과 함께 전통정원 희원을 관람할 수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나무숲을 다녀간 고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내년에도 포시즌스가든, 장미원 등 내부 정원은 물론 포레스트캠프와 은행나무 군락지 등 주변 숲까지 다양한 식물 자산을 활용한 차별화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경기)=김온유 기자 onyo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