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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2024.12.04.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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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당사가 어딥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밤 더불어민주당 당사 인근에서 마주친 한 여당 중진 의원의 말이다.
계엄 선포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에 이 여당 중진 의원은 이같이 당사의 위치를 되물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날 밤의 혼란을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낸 장면이었다. 평소 같으면 인지 능력이나 과도한 음주를 의심했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밤이었다.
그날 밤 용산발 속보를 접하고 부랴부랴 택시에 올라 국회 정문 앞에 도착한 것은 오후 11시쯤이었다. 국회는 그때도 이미 진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기자와 당직자로 보이는 몇몇이 담을 넘기 시작했고 국회 담장 밖에 10m 간격으로 줄지어 선 경찰 병력이 이들을 제지했다.
야당 당사 상황을 취재하라는 지시에 서둘러 민주당 당사로 향했다. 당시 민주당 당사는 국회 본관으로 모이기 위해 당사를 빠져나가는 의원과 당직자들 뿐이었다. 30명 남짓의 경찰 병력도 30여분 정도 자리를 지킨 뒤 소수만 남겨둔 채 국회로 향했다. 이들과 함께 다시 국회로 향하다 '당사 위치를 묻는' 여당 중진 의원과 마주쳤던 것이다.
그에게 당사 위치를 설명해주고 국회 담장으로 되돌아왔다. 30여분 만에 되돌아온 국회 담장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병력은 수배 늘어나 있었고 담장 바깥이 아닌 안쪽에 서서 담을 넘으려는 이들을 밀어냈다. 간격도 매우 촘촘했다. 경찰이 만약 초기부터 이처럼 통제했다면 의원들이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할 수 있었을까.
이날 담장을 지킨 병력 중에는 서울시경 소속인 국회경비대도 포함됐다. 입법부 방호 업무를 행정부 소속의 경찰이 맡다 보니 행정부 중심의 입법부 무력화 시도에 국회경비대가 힘을 보태게 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계엄 해제 후 대통령경호처와 같이 국회를 지킬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단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유사시 국회의장이 지휘권을 갖고 언제든 의장 명령에 따를 진정한 '국회경비대'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윤 대통령이 감행한 그날의 결단이 옳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도 헌법재판소 몫이 됐지만, 여전히 정치 현안은 산적한 상태다. 그렇다고 한계를 드러낸 입법부 방호 체계에 대한 논의가 미뤄져선 안 될 것이다. 삼권분립의 좌초 위기를 목도한 정치권이 먼저 문제의식을 갖고 조속한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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