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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우보세] 미 대선과 잃어버린 소프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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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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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 6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미국 의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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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밤 잠을 설치게 하냐고요? 모든 것입니다."(메릴랜드 주 선거 관리자 제러드 드마리니스)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각 주 선거 관리자들의 불안이 깊다. 선거 투명성에 대한 거짓 정보가 퍼지고 폭력으로 치닫는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2021년 1월 의회 폭동으로 번진 2020 대선의 트라우마 탓이다.

미 국토안보부는 의회가 대선 결과를 공식화하는 날인 2025년 1월6일을 국가 특별 보안 행사(NSSE)로 지정했다. 이는 국토안보부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유엔회의에 이르기까지 테러나 기타 범죄 활동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주요 행사에 대해 지정하는 최고 경계 수준이다.

미 전역에서 선거 관리인들이 가장 큰 불안을 호소하는 지역은 조지아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선거 이후 결과에 불복,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공화당)에게 결과를 뒤집을 만큼 충분한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조지아주는 유권자들이 문자로 법 집행 기관에 긴급히 연락할 수 있게 투표소 내 신규 장치를 마련했다. 응급 마약 해독제인 나르칸도 비축했다. 지난해 선관위와 관공서 건물에 마약류인 펜타닐이나 흰색가루, 협박성 편지가 배달된 여파다. 선거 관리자들은 투표 현장에서 긴장이 고조될 경우 이를 완화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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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 집회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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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넌 정의센터가 5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선거관리자의 약 70%가 이번 대선이 2020년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답했다. 러시아나 중동의 정세가 미치는 안보 위협보다 미국 사회 내부의 극단주의와 선거 신뢰도 악화에 따른 위험이 더 큰 상황이다.

트럼프를 백악관에 다시 보내기 위해(6%), 혹은 그를 낙선시키기 위해(8%) "폭력을 쓰는게 정당하다"고 믿는 미국인이 14%(시카고대학교/NORC의 설문조사)에 달한다.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특정 후보의 당락을 위해 폭력을 옹호하겠단 유권자가 열 중 한 명이 넘는 것.

투표 이후 며칠 혹은 몇 주 후 명확한 승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선거인단 동수 등) 폭력이 현실화될 위험이 벌써부터 거론된다. 2020년에는 애리조나주의 마리코파 카운티,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등의 투표 집계센터가 극단주의 시위나 테러 음모의 표적이 됐다.

캣 듀피 미국 외교위원회 수석 펠로우는 "올해는 극우 폭력주의자들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안은 2025년 1월 20일 취임식 당일까지 계속될 수 있고, 심지어 그 이후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미국 대선에 쏠려있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와 무관하게 '세계의 경찰' 미국의 시민이라면 음모론을 반박하고 정치 폭력이나 선거 관리 직원, 후보자, 유권자를 향한 위협에 맞서야 한다. 그게 미국의 '소프트 파워'다. 5일은 빛바랜 미국의 소프트 파워에 대한 세계 시민의 심판의 날이 될 지도 모르겠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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