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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 (일)

[무법지대①] 담배업계 문제아, 합성니코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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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림 기자]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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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독성 강한 담배는 기호식품이지만 규제식품이기도 하다. 예외가 있다. 바로 합성 니코틴이다.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으로 규정된다. 기존 담배와 달리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연초의 잎으로 제작되지 않아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그야말로 치외 법권에 속한 셈이다. 그 와중에 합성 니코틴은 무분별하게 판매돼 청소년 건강을 위협하고 탈세를 조장하는 담배업계 속 무법지대가 됐다. 글로벌 담배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그룹도 올해 11월 국내 합성 니코틴 액상담배 출시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규제 공백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차례 국회 문턱에서 좌절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최근 통과를 놓고 다시 한번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이다. 이코노믹리뷰는 합성 니코틴의 폐해와 개정안 통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업계 뜨거운 감자다. 합성 니코틴은 연초를 원료로 하는 천연 니코틴과 달리 화학물질을 배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니코틴이다. 일각에서는 합성 니코틴이 분자 융합방식으로 융합 제조해 유해물질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수업계와 의학계에서는 현재 연구결과만으로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니코틴 자체가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향정신성 물질로 고혈압을 유발하는 작용도 한다.

더 큰 문제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가 아닌 단순 '공산품'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담배사업법이 정한 담배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담배사업법 제2조(정의)에 따르면, 담배란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 담배는 이 담배사업법에서 말하는 '연초 잎'을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담배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공산품으로 분류돼 규제도 의무도 없다. 청소년에게 판매하거나 금연 구역에서 피워도, 경고 그림 및 문구를 표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세금에서도 자유롭다. 이에 탈세를 목적으로 법망을 피해 천연 니코틴을 합성 니코틴으로 속여파는 담배사업자들도 늘고 있다.

청소년 흡연 늘리는 합성 니코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의 액상 전자담배 흡연율은 지난 2020년 남학생 2.7%, 여학생 1.1%에서 지난해 각각 3.8%, 2.4%로 증가했다.

청소년들의 주된 구입처는 학교 주변에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무인 전자담배 점포'다.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관련 규제를 받지 않다 보니 청소년에게 판매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학교 경계 직선거리 200m 내에는 담배 자판기를 설치할 수 없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자판기는 50m 떨어진 곳에서도 설치가 가능하다. 무인 전자담배 자판기를 비롯한 무인 전자담배 점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원인이다.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만큼 청소년들의 접근도 쉽다. 신분증 없이도 전자담배를 구매할 수 있고, 신분증을 확인하더라도 다른 사람 신분증이나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면 무사통과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가 지난해 11월 온라인 모니터링과 현장점검을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인 무인 담배판매점 62곳 중 5곳이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에 위치해 있었다. 62곳 중 52곳은 출입문을 상시 개방해 확실한 성인 인증 장치가 없었다. 또한 62곳 중 30곳은 다른 사람 신분증을 이용해 전자담배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 10월 20일 기자가 방문한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전자담배 무인점포 프랜차이즈 역시 별다른 성인 인증 장치 없이 출입문을 상시 개방하고 있었다. 전자담배 액상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무인 자판기를 통해 신분증 여권 모바일 신분증 휴대폰 인증 중 하나를 선택해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다만 신분증과 여권·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본인 대조 절차가 없었다.

이날 취재 결과 성인 인증 자체가 지나치게 허술했다. 휴대폰 인증은 전송된 문자 속 링크에 접속하는 간소화된 절차로 이뤄져 있다. 또한 성인 인증 완료 상태가 3분동안 유지된다. 앞 사람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매장을 나오면, 뒷사람은 인증 없이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신분증의 경우 위조 신분증, 대리 신분증, 복사된 신분증까지 모두 사용 가능하다. 사실상 청소년이 무인 전자담배 자판기를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어 악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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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니코틴 유통은 온라인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온라인 판매 또한 합법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라도 성인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계정을 생성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심지어청소년을 겨냥해 전자담배를 대리구매해 준다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도 넘쳐날 정도다.

특히 X(옛 트위터)에서 전자담배 대리구매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계정 이름을 'OO네 전담가게', 'OO 담배 대리구매' 등으로 설정하는가 하면, 무료 나눔 이벤트를 열며 충성 고객을 모으는 모습도 흔히 보였다. 한 게시물에서는 "후기 작성 시 두 번째부터는 구매 수고비를 받지 않겠다"고 광고성 문구를 적기도 했다. 해당 계정의 팔로워 수는 1000명에 달한다.

소비자 직접 제조도 문제다. 유튜브에서는 합성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뒤 직접 제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까지 업로드되고 있다. 일명 '액상 김장' 영상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쉽게 전자담배 유혹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액상담배를 제조하면 유해물질 노출이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대변인은 "무분별한 온라인 판매와 성인 인증이 제대로 안 되는 무인 자판기가 청소년에게 노출되고 있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버렸다"고 한탄했다.

구멍 뚫린 합성 니코틴 담뱃세

과세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일반 담배와 천연 니코틴이 포함된 액상 전자담배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세금과 부담금이 붙는다. 2021년부터 과세 대상으로 지정된 천연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의 경우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더해 1㎖ 당 180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시중에 판매 중인 30㎖ 니코틴 액상으로 환산하면 세금만 5만4000원 가량이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다. 세금 1만4760원 가량의 2위(미국 코네티컷 CSV)와의 격차도 크다.

합성 니코틴 담배에는 이 같은 세금과 부담금이 단 1원도 부과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수입 판매업체가 과세 회피 수단으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고 있다. 천연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를 합성 니코틴으로 속이는 식이다. 이에 국내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 시장 규모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20년 천연 니코틴 액상담배 비중은 76%에 달했지만, 2022년 합성 니코틴 액상담배 비중이 92.2%로 시장을 장악했다. 합성 니코틴 수입량도 2020년 56t(톤)에서 지난해 200t으로 4년만에 4배로 급증했다.

실제 니코틴 성분을 허위로 신고해 담뱃세를 탈루하는 꼼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해 11월부터 합성 니코틴으로 수입 신고된 액상형 전자담배 64건(303개 품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허위 신고한 경우는 11건(36개 품목)이었다.

시장이 커지는 사이 합성 니코틴으로 인한 세금 누수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자담배협회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2021년 5358억원 2022년 9891억원 2023년 1조1249억원으로 점차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역시 부과하지 못한 세금만도 8월 기준 7397억원에 달한다.

결국 마땅히 걷어야 할 세금은 법적 근거가 없어 못 걷고, 그나마 들어오던 담뱃세마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송언석 의원은 "새롭게 등장한 담배에 대한 과세와 규제가 지지부진한 사이 무분별한 유통으로 인한 과세 공백과 청소년 흡연 증가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들의 계류 중에 있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유사 니코틴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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