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8 (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하락세 돌아설까…신축 인기에 내년 반등할 수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집값 하락 전환 ‘스멀스멀’ 강남 대장주도 불안하다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값은 더 이상 반등하기 어려운 걸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악재가 많지만 향후 집값이 급락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본다. 대출 규제 약발이 오래가기 어려운 데다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해 실수요가 탄탄한 강남권 등 인기 지역 매매가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가계대출 규제의 규제 영향 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규제가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기간은 6개월에 그쳤다. 연구를 맡은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금지시킨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분기별 효과를 분석한 결과, 도입 직후 2개 분기까지는 규제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지만, 이후에는 효과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향후 주택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16만9996건에서 내년 12만8734건, 2026년 7만3575건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과거 집값 폭등기와 달리 최근 집값 상승세를 이끌어온 주체가 ‘실수요’라는 점도 반등론에 힘을 싣는다. 올해 집을 매입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갈아타기’ 수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주로 투자를 목적으로 한 ‘갭투자’ 비율은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상 자금 조달 방법별 구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주택 매수자 가운데 ‘부동산 처분 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57.8%였다. 2022년에는 이 비율이 27%에 그쳤는데, 2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집을 사들이는 자금 출처와 조달 방법을 신고하는 서류다.

주택 매수자 나이를 들여다보면 40대의 갈아타기 비율이 높았다. 올 들어 주택을 구입한 40대의 65.4%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해 집 살 돈을 마련했다고 신고했다. 50대는 57%, 30대는 51.8%로 이들 계층도 절반을 넘었다. 반면 투자 수요로 분류되는 갭투자는 감소세다. 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보증금을 승계해 집을 사겠다고 신고한 비율은 2022년 44.6%에서 올해 1~8월 36.8%로 낮아졌다. 1주택자가 기존 집을 처분한 자금에 추가로 대출을 받아 ‘똘똘한 한 채’ 구매에 나서면서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값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무주택자가 내집마련에 나서는 경우도 많지만 1주택자들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서울 인기 지역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대출 규제에도 갈아타기 수요는 꾸준한 만큼 집값이 급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파트 청약 시장은 여전히 인기몰이 중이다. 올 1~8월 서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0.7 대 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은 것은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21년(163.8 대 1) 이후 3년 만이다. 9월 들어서는 청약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96.8 대 1로 400 대 1에 육박할 정도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대치에델루이’ 청약에는 3만7946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무려 1025.6 대 1을 기록했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뜨겁다고는 하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8월(1304만3000원) 대비 2.61% 상승해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3.3㎡로 환산하면 4424만1000원으로, 앞선 최고치였던 7월 4401만7000원보다 22만4000원 상승한 액수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집값 상승 열기가 한풀 꺾였지만 서울 아파트 청약에는 여전히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실수요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부담이 줄어들면 연말까지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다가 내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점도 매매 시장 반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전세 가격은 평균 2442만원으로 2022년 12월(약 2502만원)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2021년 10월(16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의 수로 표시하는데,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를 찾는 사람이 전세를 내놓은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 가격이 오르면 매매 가격도 연동돼 오를 수밖에 없다”며 “외곽 지역만 조정을 받을 뿐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 지역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대출 규제 효과가 제한적이라 매매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1호 (2024.10.23~2024.10.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