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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판도라 상자 된 ‘북, 러시아 파병’…세계 각국 사실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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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3년 2월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열병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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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힌 가운데 주요국은 ‘사실이라면’ 단서를 달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분기점이 될 거로 전망했다.



미국 백악관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심각하게 우려한다”(highly concerned)는 반응을 내놨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각) 연합뉴스 등의 질의에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대신해 싸운다는 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사벳 대변인은 “우리는 이러한 보도들이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다”라며 “사실이라면 위험한 전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이 러시아에 합류한다면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와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벳 대변인은 “이러한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전쟁에서 계속 엄청난 사상자를 내는 러시아의 절박함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북한에 인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러시아의 힘이 아닌 절망을 나타내는 신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기밀 브리핑을 요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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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새로 서명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교환하려 하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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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1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위기를 심화시키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만약 이 정보가 확인되면, 이는 극도로 우려스럽고 심각한 전개”라고 밝혔다.



다만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파병과 관련해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 나토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8일 “현재까지의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고 밝혔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군 파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세계 안보 지형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사실이라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실로 최종 공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다. 나토 등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자국군 파병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이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핵무장을 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제재를 받는 두 국가(북한·러시아)가 서로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한다는 의미”라며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세계 안보에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에도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허드슨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기술을 제공해 북한이 핵 보복 능력을 갖추도록 하거나, 북한이 항공 우주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한 설계 지식도 제공할 수 있다”며 “김정은이 이런 지원에 대가로 무엇을 받을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실전 경험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며, 훈련보다 전투력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70년대 베트남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을 습득하면서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며 파병이 북한군에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압력을 받을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에 “북한군이 직접 전쟁에 참여해 개입한다면, 이는 한국 정부가 설정한 ‘임계점’을 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더 큰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파괴무기 조정관도 미국의소리와 통화에서 “북한군 파병이 사실이라면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 장비와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곧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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