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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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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4일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실시한 롄허리젠-2024B 연습훈련 배치도.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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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지난 10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대만을 단결시켜, 함께 꿈을 이루자’라는 제목의 국경절 연설을 발표하자, 중국 외교부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이후 14일 오전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육·해·공·로켓군 등을 동원해 대만을 포위한 ‘롄허리젠(연합이검)-2024B’라는 이름의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5월 라이 총통 취임 직후 시행된 대만 포위 훈련(롄허리젠-2024A)에 이은 또 한번의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관찰이 있다.



첫째, 이번 군사훈련은 즉흥적으로 이뤄졌거나 라이 총통의 연설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지난 5월 취임 이후 그의 양안 관계에 대한 발언을 종합적으로 관찰한 결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라이 총통의 주장은 ‘새로운 양국론’으로, 이는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적으로 대만을 중국 본토와 분리하고 대만 독립 주장을 대만 사회에 주입하고 사회적 동원까지 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중국 당국은 라이 총통을 ‘철저한 대만 독립 활동가’이자 ‘평화 파괴자’라고 거듭 비난했고, 이번 ‘2024B’ 훈련은 ‘2024A’ 이후의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앞서 두차례 훈련에 비해 이번 군사훈련에서 대만에 더욱 가까운 6개의 훈련 구역을 설정했다. 특히 대만 북부 지역은 정치 중심지인 타이베이에 더 가까워졌고, 중부 지역에서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완전히 넘었다. 이런 구역 설정은 인민해방군이 대만의 주요 항구들인 가오슝, 지룽, 타이중, 화롄, 타이베이를 봉쇄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수차례 군사훈련을 종합해보면,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겹겹이 포위하는 형세를 취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만 전략인 ‘아나콘다 전략’이 열띠게 논의되는데, 마치 뱀처럼 행동이 느리고 즉시 적을 죽일 의도는 없지만 점점 더 강하게 압박해 상대가 굴복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셋째, 이번 훈련의 또 다른 차이점은 ‘해경 순찰’이다. 중국 해경국의 4개 순찰대는 대만 주변 해역에서 법 집행 순찰을 펼쳐 대만을 완전히 포위하는 형국을 만들었다. 중국 쪽 설명에 따르면,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 섬을 법적으로 관리하는 실제 행동”이다. 여기서 주목할 두가지 점은 지난 수개월 동안 중국 해경이 대만해협에서 순찰을 하며 ‘대만해협의 내해화’라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번 순찰은 이를 뛰어넘어 대만 전체를 순찰 구역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또 해안 순찰은 군대와 달리 국경과 연안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선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대만과 국제사회는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앞선 대규모 군사훈련에서 인민해방군은 주로 ‘대만 독립 반대’와 ‘외부 세력 개입 반대’를 언급했지만, 이번 훈련에서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시도에 대한 강력한 억제”만 언급되었을 뿐 ‘외부 세력 개입 반대’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대만 문제로 미국과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 훈련 전에 중국은 이를 미국에 알렸고, 미국은 대만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이번 군사훈련은 미국과 중국, 대만이 모두 인지한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표명한 훈련이다. 인민해방군이 실탄 훈련을 하지 않은 채 짧은 시간에 훈련을 종료하고 대만 국방부가 “상시 전쟁 대비 중 비상상황 대응”으로 평이하게 대처하며, 미 국무부가 “깊은 우려”만 표명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은 여전히 미·중이 모두 양해한 상황에서 군사 안보에 대한 전술·전략적 공간이 점차 압박받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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