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0 (일)

이슈 오늘의 사건·사고

윤창중 성추행 풍자극 ‘검열’…법원 “국가가 손해배상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서울중앙지법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풍자하는 연극을 준비하다 정부로부터 대본 검열과 수정 지시를 받은 연출가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최미영 판사는 연출가인 ㄱ씨가 국가와 국립극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은 2013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도중 주미 한국대사관 여성 인턴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경질됐다. 같은 해 9월 ㄱ씨는 이 사건을 풍자하는 연극을 국립극단에서 올리려 했지만, 연극 대본을 받아 본 극단 사무국장은 관련 대목에 빨간줄을 그었다. 대 본의 특정 대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요구였다. 이에 ㄱ씨는 2022년 10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본을 사전 검열하고 예술감독을 통해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일어난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관련 현안 보고’라는 문서 내용을 근거 삼아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문서에는 당시 국립극단에 오른 다른 공연이 윤 전 대변인의 사건을 풍자한 점 등을 언급하며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 ‘편향적 정치적 소재’는 배제토록 강력 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후속작품인 ㄱ씨의 공연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이 한 이 사건 연극 대본의 검열 및 수정 요구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원고는 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연극의 공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과 압박감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행위는 헌법에 위배되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국가와 극단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