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엔비디아가 대수냐?”…덩치 커진 TSMC, 슈퍼칩 놓고 한 판 붙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첨단칩 ‘블랙웰’ 오류에
생산 차질로 네탓 공방
추격자 삼성에 기회될듯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칩을 설계하는 업체는 파운드리 기업에 제조를 맡기는데, TSMC는 3나노·5나노와 같은 선단공정에서 무려 92%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문이 쇄도하다 보니, 고객사한테도 책임 공방을 벌일 수 있는 ‘갑’이 된 장면이다.

16일(현지시각) 정보기술(IT) 매체인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TSMC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슈퍼칩인 ‘블랙웰’ 생산 차질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엔비디아는 올 3월 블랙웰을 발표한 직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TSMC가 납품한 반도체가 고장 난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곧 ‘네탓’ 공방으로 번졌다. 블랙웰은 엔비디아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두 개의 반도체를 하나로 결합하는 구조로 설계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TSMC에 고장 이유를 문의했지만, TSMC는 책임을 엔비디아의 설계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오류로 간주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TSMC는 여러 칩을 하나의 웨이퍼에 직접 적층하고 그 위에 기판을 부착하는 방식인 CoWoS(Chip-on-Wafer-on-Substrate)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파악했다.

갈등은 이후에도 나타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6월 TSMC를 방문해 엔비디아만을 위한 전용 패키징 라인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TSMC 임원들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간 신경전이 거세지자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TSMC 매출의 10%를 차지,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객사다. 문제는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TSMC가 엔비디아 생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 있다. 이날 TSMC는 올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난 7597억 대만달러, 순이익은 54.2% 급증한 3253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파운드리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대목이다.

TSMC는 2026년까지 매년 CoWoS 기반 칩 생산 능력을 60%씩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지만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두 회사는 모두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문전성시다. 엔비디아는 AI반도체 시장의 95%를 장악하면서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올랐고 TSMC는 압도적인 파운드리 시장 1위로 선단공정 반도체에서는 시장점유율 9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균형추를 놓아보면 TSMC가 더 무겁다.

엔비디아가 없더라도 TSMC에는 애플을 비롯한 고객사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이다. 올 6월 TSMC가 가격을 인상했을 때도 엔비디아는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엔비디아는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짐을 보인다. 기회가 삼성전자한테도 올 수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설명이다. 더인포메이션은 “AI 반도체가 아닌 게임용 GPU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TSMC의 같은 세대에 비해, 20~30% 낮은 가격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