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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317] 들여다보기와 엿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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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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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그럴듯하고 실제 행동이 없는 사람의 입놀림은 구두선(口頭禪), 전문성이 떨어져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이는 문외한(門外漢), 겉으로는 살랑거리며 웃지만 마음 바탕이 아주 냉혹한 인물은 소면호(笑面虎)….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데 그치는 참선, 영역 문밖에서 서성이거나 기웃거리는 정도에 불과한 사내, 이빨과 발톱을 갑자기 드러내는 흉포한 호랑이 등의 표현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성정(性情)을 묘사한 중국 3자(字) 속어들이다.

그런 중국어 표현은 풍부하다. 허세 부리기의 주인공은 종이호랑이 지로호(紙老虎), 식견 짧은데도 아는 체만 해대는 우물 안 개구리 정저와(井底蛙), 환경에 따라 안색과 태도를 바꾸는 처세주의자 변색룡(變色龍) 등이다.

그런 속어에 오른 유명한 두 단어가 있다. 본래 옛 주(周)나라에서 활동했다는 고명(高明)과 고각(高覺)이 주역이다. 둘의 이름자를 풀어 각각 천리안(千里眼), 순풍이(順風耳)라는 별칭을 부여했다. 먼 곳을 내다보고, 바람결의 소식을 듣는 능력자다.

고명과 고각은 각각 천리안과 순풍이라는 별칭으로 중국 민담 역사에서 큰 활약을 펼친다.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서유기(西遊記)’에서도 천궁(天宮)의 신장(神將)으로 등장했고, 아예 중국 민간 종교인 도교(道敎)의 신선(神仙) 자리도 꿰찼다.

이들의 능력은 곧 ‘감지(感知)’다. 다른 이보다 빨리 정보를 습득하는 기능이다. 세상 모든 구석에 눈과 귀를 들이대고 기민하게 첩보와 정보를 잡아내는 둘의 능력이 급기야 종교적 신앙 대상으로까지 오른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그럴까. ‘천리안과 순풍이’의 전통이 중국 국내는 물론 해외로 뻗는다. 세계 곳곳이 중국의 스파이 행위 색출에 혈안이다. 방대한 인력으로 벌이는 해킹은 정보 대국인 미국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중국의 눈과 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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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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