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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단독] ‘행정망 먹통’에도…행안부, 재해복구시스템 예산 확보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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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말 ‘행정망 먹통’ 사태 속에서 서울 시내 한 무인민원발급기 화면에 전산 오류로 인한 서비스 일시중단 안내 문구가 띄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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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가 행정망 먹통 사태 등으로 정부 전산시스템 사고에 대비하는 ‘재해복구시스템’ 필요성이 절실해졌지만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오히려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가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뒤 관련 예산을 필요로하는 부처나 기관의 요청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과 경찰청 등에서 받은 ‘재해복구시스템 관련 답변’ 자료를 한겨레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막는 행안부의 지침 때문에 이들 기관이 내년도 예산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행정망 먹통’ 사태 당시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나서서 재해복구시스템에 투자해 국민 신뢰를 제고하겠다더니 정작 지난 4월에 돌연 투자 금지 지침을 내려 현장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이중적 행태가 드러난 셈이다.



재해복구시스템(Disaster Recovery·DR)이란 자연재해나 사이버 테러 등으로 전산망이 마비되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이중화된 보조센터 등을 활용해 ‘먹통사태’를 막고 업무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2년 전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지난해 ‘행정망 먹통’ 사태를 겪으며 국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돼왔다.



그러나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 4월 ‘1·2등급 정보시스템에 대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투자 금지’ 지침을 마련했다.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사용자 수, 서비스 파급도 등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가장 핵심인 1등급조차 내년도 시범사업 뒤 2026년에 예산 투자 방향을 확정하도록 했다. 2등급은 내년도 예산에서 제외, 3·4등급은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금지를 원칙으로 정했다.



결국 이런 지침에 따라 국가 행정시스템 중 내년도에 재해복구시스템 예산을 개별적으로 따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게 됐다. 경찰청 역시 이 지침에 따라 예산 요청 자체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관세청도 올해 노후 장비 교체와 재해복구시스템 재구축에 뛰어들었지만 이 지침에 따라 좌절됐다. 관세청은 “2025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예산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행안부의 예산 수립 기준(투자금지 지침)에 따라 제외됐다”고 밝혔다. 관세청 시스템은 2002년에 구축돼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고, 중앙부처와도 연결돼 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시범 구축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재해복구 방식을 검토한 뒤 시스템을 구축해 예산 낭비를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호 의원은 “2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독려해놓고, 정작 내년 예산 신청에서는 각 부처에 관련 예산 신청을 금지하는 모순된 지침을 내리고 있다”며 “재난은 예측할 수 없는데 시범사업을 이유로 국가 핵심 업무에 필요한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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