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외국인 번역가 없었다면…포용·관용의 이민정책 펼쳐야 [왜냐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제578돌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한국어 초급반인 외국인 유학생 70명이 ‘받아쓰기 골든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백수웅 | 변호사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수한 한국 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외국인 번역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에서 공부했던 많은 외국인 번역가는 한국의 문학 수준을 한 단계 도약하게 했다. 좋은 문학 작품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가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소중한 가치를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이 분명하다.



출입국·외국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외국인을 만났다. 불법 체류하거나 혹은 허위 난민을 신청하는 등 출입국 정책에 반하는 외국인들도 있었지만, 다수의 외국인은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사랑했다. 높은 학업 능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한국 사람들이 피하는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우리 사회는 외국인을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남아있다.



정부 역시도 필수 인력 분야에 외국인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출산율은 최저이고 지방인구는 소멸 단계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을 가진 외국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을 포용하는 적극적 정책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반이민주의는 정치적 파급력이 큰 이슈다. 외국인이 한국인의 고유 가치와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정치적 주장은 높은 지지를 받는다.



정부와 정치권은 외국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눈치를 살핀다. 이번 정부 들어서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던 이민청 설립 등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보고 한 가지 확신이 생긴 것이 있다. 한국민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늘어나는 외국인의 존재만으로 쉽게 훼손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그 안에서 피어나는 우리의 것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부 역시도 이민정책을 추진하면서 양쪽의 눈치를 살펴 속도 조절을 하기보다는 관용과 포용이라는 가치를 우선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9월30일부터 특별자진 신고제도를 통해 불법체류자에 대한 범칙금을 면제하는 정책과 더불어 정부 합동단속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구속하거나 강제퇴거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 외형상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모양이지만 외국인 이민정책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다. 외국인 사건을 경험하면서 외국인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정부는 한국민의 우수성을 믿고 관용과 포용을 바탕으로 과감한 외국인 정책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융화와 조화 속에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또 다른 한국 문화가 태동할 것이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