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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해안포 포문 개방… 남북 핫라인 없어 우발적 충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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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높아지는 최전방

조선일보

북한이 14일 황해도 해안에 설치된 해안포 포문을 연 모습. 북한은 ‘평양 무인기 침투’에 대응한다며 13일 오후 8시를 기해 전방 지역 8개 포병 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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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은 13일 오후 8시를 기해 전방 지역 8개 포병 여단을 ‘사격 대기 태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8개 포병 여단에는 완전 무장 명령이 떨어졌는데, 여기에는 700문 이상의 170㎜ 장사정포, 240㎜ 방사포, 300㎜ 방사포, 북한판 KTSSM(전술지대지유도무기) ‘화성-11라’ 등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또다시 무인기가 발견되면 이를 요격하고, 요격 과정에서 우리 측과 교전이 발생할 경우에도 대비하라는 명령을 각급 부대에 내렸다. 700문의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이 무장 상태로 우리 군과 주요 시설을 겨누고 있고, 필요하다면 이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서해 접경 지역에서는 북한 해안포가 개방돼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전방 지역 무력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북한이 무인기 등을 통한 비전투 방식이나 서해 NLL상 전통 방식의 해상 충돌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타격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는 운용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 우리 정부와 무관한 ‘제3단체’가 현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무인기 침투를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북한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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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남북 간 전투는 아니더라도 국지전 형태의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4년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에서 날린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14.5㎜ 고사총 10여 발을 쐈고, 일부 탄두가 우리 측 지역에 떨어졌다. 우리 군은 이에 대응해 북한군 GP(감시소초)를 향해 K-6 기관총 40여 발을 발사했고, 북측이 대응 사격을 하며 전방 지역에서 국지적 총격전이 벌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 무인기나 대북 전단이 담긴 풍선을 북한으로 보내면 북측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남북 간 ‘핫라인’이 끊겨있기 때문에 상황 오판을 바로잡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국면 전환을 위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다든가, 경의선·동해선 등에서의 보여주기식 폭파, 전방 지역에서 소규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어 대비하고 있다”며 “북한 도발 시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군이 선조치 후보고하고 강력히 대응하도록 하는 훈련과 지침들은 하달돼 있다”고도 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이날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천안함을 잇따라 방문해 “적 도발 때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강력히·끝까지 응징하라” “적이 NLL 이남으로 도발하면 완전히 수장시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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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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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같은 공개 입장과는 달리, 군 내부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북한이 우리보다 우위인 전력은 비대칭 전력인 핵(核)뿐”이라며 “핵을 쓴다는 건 전면전을 한다는 건데, 북한은 전방 지역 일부 포병 전력만 완전 무장시켜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포탄을 대규모로 수출했는데, 이 때문에 도발을 감행할 ‘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번에 사용한 표현이 과거보다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우리군 2명이 중상을 입자 전방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는데, 당시 김정은은 ‘전선 지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완전 무장’을 명령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국방성 담화에서 ‘완전 사격 준비 태세’ ‘작전 예비 지시’라는 표현을 썼다. 군 관계자는 “’작전 예비 지시’는 임무 수행을 위해 지휘관과 참모에게 시간 여건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라며 “우리 군의 ‘준비 명령’과 비슷한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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