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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뜻밖에 비... LG가 웃을까 삼성이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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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일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 비로 미뤄져 15일 열리게 됐다. 비로 젖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전광판에 우천취소 안내문이 선명하게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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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2차전이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하루 미뤄져 15일 열린다. 삼성은 원태인을 2차전 선발로 그대로 내보내지만, LG는 디트릭 엔스 대신 손주영으로 변화를 줬다. 2차전이 15일로 미뤄지면서 LG 홈 그라운드인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질 3,4차전은 각각 17, 18일 열린다. 한국시리즈는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경우에만 전 경기 일정이 하루씩 미뤄져 21일 예정이었던 1차전이 22일에 열리게 된다.

뜻밖에 내린 비가 22년만에 맞붙은 삼성과 LG의 승부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일단 LG가 더 반갑다. 염경엽 감독은 “하루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에게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LG는 KT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투타 체력이 바닥난 상태. 선발요원이던 손주영 마저 불펜으로 돌리는 승부수를 펼쳤다.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손주영이 3차전에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휴식을 더 취하는 바람에 15일 등판이 가능해졌다. 손주영은 올 정규시즌 삼성을 상대로 3차례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한 ‘삼성 천적’이다. 17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14개를 잡고 4실점(2자책)으로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LG는 비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불펜과 선발진 운영에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2차전 결과에 따라 준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이었던 임찬규가 2차전 결과에 따라 3차전 투입도 가능해졌다. 계속 3일 로테이션을 취했던 엔스도 꿀맛 같은 보너스 휴식이 주어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1차전 여세를 몰아가지 못하지만, 비로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이 올 시즌 비로 경기가 취소돼 안 좋았던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차라리 경기전 취소된게 낫다. 비가 오는 상태에서 경기하면 부상 우려도 커지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원태인이 시즌처럼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차전 승리를 따낸 대니 레예스가 하루 더 쉴 여유가 생긴 것도 시리즈 승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삼성은 선발 주축인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아예 엔트리에서 빠진 상태다.

역대 포스트시즌 경기(5차전 이상)에서 비로 1차전에 이어 하루 휴식 후 2차전이 열린 것은 두 번이다. 공교롭게 두 번 다 삼성의 홈경기(당시 대구 시민야구장)였다.

2001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두산과 만나 1차전에서 7대4로 이겼다. 이전 6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1차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던 삼성이 거둔 첫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였다. 삼성은 매번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무르다 그 해 김응용 감독을 우승청부사로 데려왔었다. 멤버도 이승엽·김한수·박한이·배영수·임창용 등 멤버가 창창했다. 더구나 상대인 두산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다음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현대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투타 모두 체력이 고갈된 상황. 1차전 승리 후 삼성관계자들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했지만, 모든 게 뜻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2차전이 비 때문에 하루 미뤄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두산을 상대로 정규시즌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55로 강했던 삼성의 2차전 선발 임창용이 등판 일정이 하루 미뤄지자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며 무너졌고, 결국 두산이 9대5 승리를 낚아챘다. 당시 삼성 소속이었던 김한수 현 두산 수석코치는 “두산 선수들이 하루를 쉬었는데 아주 힘이 붙어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혀를 찼다.

두산은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11대9로 승리했고, 4차전도 기막힌 역전드라마를 펼쳤다. 삼성에 2회 8점을 내주며 승리를 내주는 듯 했으나 3회말 12점을 뽑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켜 결국 18대11로 승리했다. 두산은 5차전을 졌지만, 6차전에서 6대5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다음해인 2002년에야 비로소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삼성은 비로 2차전을 하루 늦게 치른 2006년 한국시리즈에선 비 징크스를 깼다. 한화(감독 김인식)와 맞붙었던 대구 홈 1차전을 4대0으로 이긴 삼성은 비 때문에 또다시 하루 쉬고 치른 2차전에서 2001년처럼 패배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이후 4경기 3승1무를 기록하면서 통산 3번째 정상에 등극했다. 당시 MVP가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진만 감독이다.

[대구=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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