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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평양에 뿌려진 전단엔… ‘자기 배 불리는 김정은’ ‘부녀 명품 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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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뚫린 北 “포병 사격 대기”

조선일보

/노동신문 뉴스1·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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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중대 담화를 통해 한국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공격력 사용을 준비하겠다”고 한 데 이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국방성,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가 나서 대남(對南) 위협에 나섰다. 북한은 13일 밤에는 국방성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13일 오후 8시부터 전방지역 포병여단을 완전 무장 상태로 전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외부 세계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까지 침투한 데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란 분석과 함께, 이를 빌미로 삼아 대남 도발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물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나서 “도발하면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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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사진. 북한은 이날 평양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찍었다면서 “한국이 심야 시간을 노려 전단을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형상, 전단 묶음 통이라고 주장한 물체, 전단이 공중에 살포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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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11일 무인기 침투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반발한 이후 연 3일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북 외무성은 11일 중대 담화를 통해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며 대남 공격력 사용 준비에 나서겠다고 했고, 12일엔 김여정이 나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그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신문은 13일 자에서 한국을 ‘칼탕쳐 죽이겠다’ 같은 위협을 쏟아냈다. 북 국방성은 13일 오후 8시부터 전방지역 8개 포병 여단을 완전 무장 상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국 쪽에서 무인기가 북으로 넘어가거나 관련 동향이 포착되면 바로 포격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번 무인기 침투가 지난 3일과 9일, 10일 밤 시간대에 일어났다고 밝혔다. 북한이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상공에서 촬영했다며 공개한 사진에선 날개가 동체에 고정된 ‘고정익’ 형태의 무인기로 보이는 물체가 식별된다. 이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산 민수용 회전익(프로펠러) 드론과 달리 민간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무인기로 알려졌다. 이 무인기가 최전방에서 출발해 평양을 거쳐 돌아왔다면 왕복 300㎞를 오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군 군단급 무인기인 RQ-101 송골매의 항속거리는 200㎞로 이보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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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한국군은 무인기를 누가 보냈는지와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확인해 주는 순간 남남 갈등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정전협정을 위반한 적이 없다”라는 비공식 설명이 나오고 있다. 현 단계에서 한국군이 정전협정 위반 시비가 일 수 있는 대북 무인기 침투 작전을 벌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의 강경한 반응을 두고는 ‘내부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무인기 침투를 선전하는 것에 대해 “체제 위협을 확대·강조해서 내부를 통제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 내부가 흔들린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국방부도 입장문을 내고 “독재 정권이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북한 방공망을 8일 사이에 세 번 뚫었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 수뇌부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본다. 무인기를 통해 살포된 대북 전단에 위협을 느꼈을 수도 있다. 북한이 공개한 전단을 보면 일부 흐리게 처리했으나 상단에 ‘자기 배 불리기에 여념 없는 김정은’이라고 쓰여 있고, 김정은이 스위스제 명품 시계(IWC로 추정)를 찬 모습과 딸 김주애가 프랑스 명품 패딩(크리스챤 디올로 추정)을 입은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이 이번 일을 대남 군사 도발의 빌미로 삼으려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여정은 12일 담화에서 “무인기 도발의 주체, 그 행위자들이 누구든지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대한민국발 무인기가 두 번 다시 공화국 영공에 침범할 때는 그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 보복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북 국방성은 이에 맞춰 전방 지역 포병부대에 사격 준비 태세를 지시하는 등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신원식 안보실장은 “북한이 지난 1일 우리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 이후 전례 없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며 “그 직전 벙커 버스터에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초위력 미사일 ‘현무5′는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신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도발하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도발 억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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