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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뉴진스' 하니에 린가드까지... '외국인 스타'로 달아오른 국감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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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뉴진스의 하니가 음악방송 '뮤직뱅크'(뮤뱅)를 위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공개홀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6.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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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유명 외국인 아이돌·체육인 등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면서 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을 끄는 덴 성공할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걸그룹 뉴진스의 베트남계 호주인 멤버 하니(팜하니)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니는 지난 9일 뉴진스 팬 소통 플랫폼 포닝을 통해 "국회에 나가기로 결정했다. 혼자 나가겠다"고 밝혀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진행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및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감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서울시 국감에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에서 뛰고 있는 영국 국적의 외국인 선수 제시 린가드를 국내 경기장의 잔디관리 상태에 대한 참고인으로 부르겠다고 출석 요구서를 보낸 바 있다. 린가드는 K리그1 경기 일정과 팀 훈련 참가 등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니를 참고인으로 부른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K팝의 어두운 그늘인 따돌림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이번 국감에서) 깊이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린가드의 출석 요청 이유는 FC서울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관련한 질의 때문이었다. 행안위 소속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축구 인프라가 뛰어난 잉글랜드 프로축구리그(EPL)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의견을 구하기 적합하단 취지로 린가드를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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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32라운드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 서울 린가드가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24.9.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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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동계는 하니의 출석에 우려를 표한다. 하니의 출석이 예정된 경사노위 국감에는 중대재해사고로 올해에만 4명이 숨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관리 부실과 대책 마련을 묻기 위해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노동계는 조선소 노동자의 안전과 처우개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명 아이돌 걸그룹 멤버의 출석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린가드에 대한 참고인 출석 요청에 대판 비판도 거셌다. EPL과 K리그1 모두를 경험했지만 잔디 전문가도 아닌 그에게 관련 질의를 하는 게 과연 옳으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린가드가 한국에 입국한 게 지난 2월이다. 국가대표 A매치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의 잔디관리 상태에 관해 묻고자 했다면 국내에 체류한 지 1년도 안 된 린가드보다 경기장 시설관리 주체에 물어봐야 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며 "린가드에 이어 하니까지 부르려는 (국회의) 의도가 너무 명백하다"고 질타했다.

그동안 국회는 매년 국감마다 필요 이상으로 유명인들을 불러 망신주기식 질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기업 총수 소환이 대표적이다.

올해도 적지 않은 대기업 총수들이 국감 출석을 요구받은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국회 정무위원회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증인으로 각각 소환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오는 24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 증인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증인으로 추가 신청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018년 국감 당시 국회 산자위가 방송가에서 큰 활약을 펼치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렀고 백 대표는 그 해 국감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며 "백 대표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골목상권 침해를 따져 묻겠단 의원들은 백 대표로부터 소상공인의 현실과 정책적 미비 그리고 골목상권과 먹자골목의 차이점에 대해 사실상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 대표의 참고인 출석은 국회의원이 '스타' 자리를 내줬을 뿐 국민적 관심을 끌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초과 달성한 사례"라며 "국회의 부름은 국민의 부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응당 출석하는 게 옳지만, 의원 개개인이 돋보이기 위해 기업인을 소품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이런 모습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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