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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단독] 中 엿볼라… 경찰서 보안카메라 다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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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관서에 깔린 중국산 667대

국가기밀 해킹·탈취 가능성 우려”

조선일보

일러스트=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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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전국 경찰 관서에 있는 중국산 등 해킹 위협에 취약한 보안 카메라 667대를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산업 스파이를 검거하는 산업기술안보수사대 등 경찰 내 각종 중요 시설에 설치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산 보안 카메라는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1만5000개가량이 설치됐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경찰청을 비롯해 시·도 경찰청 18곳, 중앙경찰학교에 중국산 보안 카메라 760대가 설치돼 있다. 경기남부청(177대)엔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가장 많은데, 산업 스파이를 잡는 산업기술안보수사대 사무실에도 중국산 보안 카메라를 운용 중이다. 광주(光州) 경찰청에서 간첩·이적 사범을 수사하는 안보수사대에도 중국산 보안 카메라가 있다.

경찰이 운용하는 중국산 보안 카메라 중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다후아(大華)사의 제품이 590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실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다후아가 제작한 보안 카메라는 경찰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4095대), 항만공사(358대), 한국도로공사(348대)를 비롯해 지자체 79곳에 총 1만4495대가 설치됐었다. 일부 기관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교체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운용하는 감시 카메라는 독립망으로 운영되고 있어 외부에서 해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전량 교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중국산 IP카메라를 통해 내밀한 사생활 영상이 중국에 대량 유출된 사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중국이 카메라뿐 아니라 와이파이 공유기 등 장비를 해킹해 국가 기밀 등을 조직적으로 탈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찰이 운용하는 보안 카메라 대부분이 중국산인 이유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법’ 때문이다. 중소기업 진흥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이 딸리는 중소기업들은 값싼 중국산을 ‘상표 갈이’해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해당 법률 때문에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간 공개 입찰로 중국산 납품을 사실상 강제받는 형편이다.

실제로 조달청 공고를 보면 보안 카메라 제품은 2만999개가 있는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은 736개(3.5%)에 불과하다. 중국산 보안 카메라 대부분은 100만원 안팎으로, 협회 인증을 받은 보안 카메라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은 2017년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도청·감시 및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정보법을 전격 시행했다. 서방에선 중국 기업이 자국 장비에 정보를 몰래 빼낼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가 추후 이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주요국들은 정보 보안을 이유로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중국산 영상 보안 장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영국·호주 등도 주요 국가 시설에서 중국산 영상 장비를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대에 설치된 방범 카메라(보안 카메라) 1300여 대가 중국산인 걸 확인하고, 순차적으로 철거키로 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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