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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단독]목숨 끊으려던 경찰, 의식 되찾고 ‘직장내 괴롭힘’ 언급···조사는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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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철제 바리케이드 사이로 경찰 상징문양이 보인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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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가 구조된 서울경찰청 소속 간부 A씨가 최근 의식을 되찾은 후 직속 상관의 직장 내 괴롭힘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후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경찰은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일 A씨의 가족을 통해 확인한 결과, A씨는 직장 내에서 불거진 상사와의 갈등을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로 거론했다고 한다. 최근 의식을 되찾은 A씨는 대화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가 됐지만 중환자실에서 약물치료와 수술을 이어가고 있어 경과가 불투명하다.

최근 A씨는 가족과의 대화에서 상관으로부터 “모멸감을 느꼈다”고 발언했다. 그는 상관인 B씨가 ‘근무 중인 과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두세 차례 했고 이후 보고서 등 업무를 문제 삼았다고 했다. 상사의 질타와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우울증이 생긴 것처럼 출근하는 게 겁이 났다”고도 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차량 내에서 시작된 화재가 바깥으로 번지면서 이를 발견한 아파트 주민의 신고로 A씨는 구조됐지만, 전신 약 4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A씨가 어느 정도 회복이 돼야 정확한 조사가 가능할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당사자 진술 없이 판단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B씨에 대한 인사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평소 A씨가 상사와의 갈등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고 했다. A씨의 누나는 기자와 만나 “동생이 ‘과장이 나가라고 하면서 괴롭힌다. 결재서류를 들고 가는 게 꼭 죽으러 가는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 동료 C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A씨가 ‘너무 힘들다. 자꾸 나가라 그런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B씨는 관리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B씨는 “도의적 책임을 느끼며, 부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을 세세히 보살피지 못한 관리자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폭언이나 욕설, 업무 외 지시 등 갑질에 해당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경찰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사자가 사고 원인을 상급자의 괴롭힘으로 밝힌 만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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