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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7개 경합주 판세 지금대로면…트럼프 승리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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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위스콘신주 주노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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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가 초조해하고 있다.



극적인 후보 교체, 선거운동 전환, 전당대회, 후보 토론회를 거치며 만들어낸 지지율 상승효과가 구체적 표심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에서 나오는 보고서다. 특히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경합주 내 부동층이 많은 격전지에서 더욱 그렇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캠프보다 2배 넘는 홍보 비용을 쓰고 있는데도 그렇다. 20개 주가 해리스 지지, 23개 주가 트럼프 지지이고, 나머지 7개 주가 경합주다. 7개 경합주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는 러스트벨트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는 해리스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하고 선벨트인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는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하다. 만약 이대로라면 선거인단은 270 대 270 동률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트럼프의 승리를 전망할 수밖에 없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이 훨씬 높았지만 트럼프가 승리했고, 2020년에는 바이든 지지가 훨씬 높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표 결과에선 바이든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겨우 이겼다. 경합주 내 ‘샤이 트럼프’(Shy Trump: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트럼프 지지자)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운동 막바지인 지금 트럼프가 다시 언론의 헤드라인을 주도하는 듯 보인다. 그가 후보 토론회에서 왜 근거 없는 막말을 했는지가 관심을 끌고, 자신의 골프장에서 또 한번 암살을 모면한 사건도 언론의 주목도를 높였다.



부통령 후보 토론이 대선에 영향이 없다는 것은 모르지 않지만, 공화당 제이디(J.D.) 밴스와 민주당 팀 월즈의 이번 토론은 또 다른 큰 의미가 있었다. 트럼프 정치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가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 토론이었다. 밴스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 ‘아이 없는 고양이 아줌마’란 댓글을 달 사람이 아닌 듯 보였다. 월즈가 총격 사건을 목격한 아들에 관해서 이야기했을 때에 밴스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예수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통령 후보 토론에 나선 밴스는 호감과 공감의 가면을 쓴 완벽한 카멜레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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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 미국 대선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버틀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연단에서 뛰어오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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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을 때에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특별한 염려를 쏟아냈다. 미국 공화당이 회복 불가 수준으로 무너졌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밀워키 전당대회장에 트럼프는 얼굴에 총을 맞은 모습을 내보이면서 ‘마가의 후계자’로 밴스 상원의원을 내세웠다. 미국 공화당의 보수주의가 사라지고 우파 정치가 당을 접수하는 순간이었다. 밴스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이 높아졌을 때엔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공격했다. 그런데 정치권으로 진입하려고 결심을 하자 실리콘밸리의 부자 친구들을 앞세워 트럼프로부터 용서를 받았고, 트럼프의 도움을 받아 2022년 연방 상원의원이 되었다. 오하이오 백인 철강노동자 가정 출신인 밴스는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고, 예일대 법대를 나와 벤처 기업을 경영한 종교적 우파 이념의 신세대다.



밴스는 순식간에 보수 우파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마가 운동’에 집결한 미국 사회의 우파들에게 도널드 트럼프는 그저 그들의 광대일 뿐이다. 이익과 이념과 신앙을 이끌고 갈 트럼프 이후의 지도자는 밴스다. 밴스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패와 상관없이, ‘마가’는 미국 양당정치의 한 축이 되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밴스는 백인우월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 미국 예외주의가 결합한 정치 세력을 오랫동안 이끌고 나갈 미래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밴스의 토론을 보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은 “트럼프는 마가가 시작된 곳이고, 밴스는 마가가 향하는 곳”이라 썼다.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마가는 미국의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재집권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2025’는 우파 장기집권을 목표로 미국 연방정부를 재구성하려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준비한 플랜이다. 이 프로젝트의 전모가 드러나자 비판 여론이 높았다. 트럼프 캠프는 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줄까봐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처음 설명한 헤리티지재단의 2022년 콘퍼런스에 참석한 트럼프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우리 운동이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기초를 마련하고 세부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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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디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1일 뉴욕에서 팀 월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시비에스(CBS) 방송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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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를 책임진 케빈 로버츠는 밴스와 매우 막역한 사이다. 그는 2021년 헤리티지재단의 회장으로 부임해 재단을 ‘트럼프주의를 제도화’하는 데 전념하는 조직으로 재편했다. 여기에 보수주의 법률 운동가인 레너드 리오가 합류하면서 이 사업은 보수주의 이념으로 미국을 재구성하는 방대한 사업으로 확장되었다. 레너드 리오는 연방법원에 보수적 판사를 진입시키고 보수주의 대의명분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모금하고 지출하는 비영리그룹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우익 활동가다. 그는 1991년 보수 우익 흑인 대법관인 클래런스 토머스를 연방대법원에 들여보내는 일을 해냈다. 그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 존 로버츠와 새뮤얼 얼리토, 2017년 닐 고서치, 2018년 브렛 캐버노 등 보수 대법관들을 줄줄이 진입시켰다. 2020년에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자 이미 5 대 4로 보수 우위의 대법원 구도였는데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밀어붙여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을 대법원에 들여보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진보 대 보수의 비율을 사상 초유의 6 대 3으로 만들어냈다. 트럼프가 여러 법적인 소송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생존’을 보장받고 있는 이유다. 미국 연방대법관 9명 가운데 6명의 최종 판단에 레너드 레오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그는 정치 이념 옹호 단체에 대해 가장 큰 기부금을 움직이는 5개의 펀드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현대 자유주의 가치에 도전하기 위한 은밀하고 거대한 보수우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심에 레너드 레오가 있다.



워싱턴 권력 4년을 경험한 트럼프 행정부의 베테랑들은 첫 집권에서 그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검토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트럼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1기의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라인스 프리버스 초대 비서실장을 위시한 전통적 공화당류, 재러드 쿠슈너와 게리 콘이 이끈 기업주의자들, 그리고 트럼프를 앞세워서 선거를 이끈 ‘마가 운동’의 스티브 배넌, 피터 나바로 등 섞일 수 없는 여러 그룹이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눈치를 보면서 서로를 방해한 과정이었다. 우파 이념에 충실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임기 마지막 날에 트럼프를 설득해서 감옥에 갇힌 ‘마가 운동’ 주역들을 사면하게 했다.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예산국장을 한 러셀 보트, 국방장관 대행을 한 크리스 밀러, 국토안보부 차관을 지낸 켄 쿠치넬리, 트럼프 정부의 인사관리 총책임을 맡았던 폴 댄스, 무역정책을 주도한 피터 나바로, 강경한 이민정책을 펼친 스티븐 밀러가 지금 ‘프로젝트 2025’를 주도한다.



‘프로젝트 2025’의 핵심은 사람을 훈련시키는 일이다. 현재까지 약 5천여명의 보수 이념을 갖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프로젝트 2025의 지침에 따르면 트럼프 2기는 백악관을 접수하자마자 대통령 권한으로 5천여명의 고위공무원을 갈아치우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취임하면 꼭 하루만 독재를 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바로 여기에 닿아 있다. 해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114개의 보수우파 비영리단체가 등장한다. 이 단체들을 통해 지금도 인력을 모으고 있다. 적지 않은 급여를 제시하고 워싱턴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지난 2년여 동안 5천여명의 보수우파 인력을 모집했다. 이들은 보수계 의원의 보좌관, 보수 진영 선거캠프, 트럼프 선거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자마자 순식간에 행정부를 장악하기 위한 준비다.



2016년 대선 때에 트럼프의 유세 현장을 다녀본 사람들만이 힐러리 클린턴이 패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할 수 있었다. 트럼프의 뒤를 따르는 무표정하고 침묵하는 백인들을 계속 살펴봐야 트럼프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좀처럼 그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2020년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나 그의 지지자나 다르지 않다. 트럼프의 힘은 변하지 않는 지지자들에게서 나온다. 지금 경합주의 트럼프 지지율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그것을 설명한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 정치는 워싱턴의 현실이며 ‘마가 운동’은 미국 사회의 절반을 차지했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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