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8월2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화재 호텔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 호텔에서는 같은달 22일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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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코보스호텔 화재는 부실한 전기 배선 시공, 소방시설 관리 소홀 등이 더해져 발생한 인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에어 매트의 운용 적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운용 매뉴얼의 부재 등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현장 상황을 고려해 소방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호텔코보스 광역수사단은 8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호텔의 실질 소유주인 ㄱ(66)씨와 운영자 ㄴ(42)씨, ㄷ(45)씨, 매니저 ㄹ(3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코보스호텔 건물 관리 등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난 8월22일 오후 7시34분께 호텔에서 난 불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 대해 810호 객실의 에어컨의 부실한 배선 상태를 지목했다. ㄱ씨 등은 2018년 5월 모든 객실의 에어컨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슬리브 등 안전장치 없이 절연 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서는 에어컨 전선은 통선 사용이 원칙이다. 다만 두 전선을 연결해 사용할 때는 슬리브 등을 밀착한 뒤 열수축 튜브로 피복을 입히고 절연테이프로 마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슬리브는 전선을 연결할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제품이다. 이 같은 배선 상태와 관련해 에어컨 설치 및 교체 기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문제를 지적했지만 ㄱ씨는 근본적인 배선공사 없이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63개 객실 중 15개 객실은 육안상으로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지환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단장은 “전선에 습기가 차면 이상화동 증식흔이 발생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종유석처럼 자라나는데 이번에 확인된 이상화동 증식흔도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상화동 증식흔이 생기면 전기가 통할 때 저항이 생기고 열이 발생하면서 전선을 태우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객실 방화문에 도어클로저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피해가 커진 이유로 꼽았다. 건축법상 방화문은 항상 닫혀있거나 화재 발생 시 작동으로 닫혀야 한다. 이에 설계 도면상에도 도어클로저가 설치된 것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 도어클로저는 설치되지 않았다. 다만 건축법상 도어클로저를 설치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지환 광역수사단장은 “도어클로저를 건축법상 강행규정으로 만들어 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경찰은 도어클로저를 설치하지 않은 부분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의 구성요건인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 경찰은 비상구 방화문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됐던 점, 화재경보기 작동을 차단한 점, 간이 완강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으로 인한 민원이 있어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일단 끄고 화재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한다”며 “간이 완강기는 전체 63개 객실 중 절반인 31개 객실에는 아예 설치되지 않았고 9개는 로프 길이가 짧은 간이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ㄱ씨에게 호텔 리모델링 과정에서 복도 폭을 법적 기준인 1.5m보다 축소한(건축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또 ㄴ, ㄷ, ㄹ씨에게는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준(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이 밖에 경찰은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 소방업체에 행정처분 조치를 할 계획이다.
다만 에어 매트 설치 적정성에 대해 경찰은 소방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에어 매트 운용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았고, 에어 매트를 설치한 인력조차 부족했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에어 매트 설치 지점에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주차장 진입로에 있는 벽으로 인해 매트를 건물에 밀착시킬 수 없었던 현장 여건도 고려됐다. 경찰은 에어 매트의 운용상 개선점을 마련할 것을 통보할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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