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3일 진보 진영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왼쪽)와 보수 진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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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다음주 수요일에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거다. 외형적으론 한 지역의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지만, 실제로는 한국 교육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진보’ 정근식 후보와 ‘보수’ 조전혁 후보 사이의 양강 대결로 구도가 잡힌 형국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의 정근식 후보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 확대와 역사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조전혁 후보는 ‘조희연 심판’을 외치면서 선행학습 허용, 지필고사 부활 등을 강조한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법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 차는 확연하다. 찬성 입장인 정근식 후보와 달리, 조전혁 후보는 학생인권법 반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한다.
누가 서울 교육의 수장이 되느냐에 따라 한국 교육 전체가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서울 교육이 한국 교육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진보-보수 교육감의 지형이 반반으로 팽팽하게 맞선 형국인지라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가 교육계 전체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패배한다면, 그간 학생 인권과 협력교육을 강조하며 혁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던 한국 교육이 다시 시대착오적인 경쟁교육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힘겹게 쌓아온 혁신교육의 성과가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파국의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심판하는 선거다. 교육도 “경쟁시장 구도”가 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천박한 시장주의적 교육관은 기실 승자독식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기득권의 논리다. 학벌계급사회를 강화하는 궤변을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
실로 지금 한국 교육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최악의 경쟁교육이 개혁되기는커녕, 최근의 ‘초등 의대반’ 현상에서 보듯,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열명 중 여덟명이 고등학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라고 기억한다고 한다. 경쟁교육으로 악명이 높은 중국과 미국 학생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목숨을 건 전쟁터에 내몰린 결과 우리 아이들은 너무도 불행하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한국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한국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쟁교육의 결과 우리 사회는 너무나 병든 공동체가 되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을 선호하는 국민’(World Values Survey 2020)으로 조사되었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킹스칼리지 런던정책연구소 2020)로 평가되었으며, ‘세계에서 관용도가 가장 낮은 나라’(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2015),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가장 적은 나라’(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2014)로도 꼽혔다.
아이들의 불행과 사회의 병리는 대한민국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2023년 12월2일치 뉴욕타임스의 칼럼 제목은 “한국은 사라지고 있는가?”였다. 한국의 극단적 저출생 문제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그 근원에는 극심한 입시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잔혹한 학업 경쟁 문화는 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학생을 비참하게 만든다.”
최근 미국의 유명 작가인 마크 맨슨이 만든 동영상 “나는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에서도 한국이 ‘가장 우울한 나라’가 된 원인을 무엇보다도 “절대적으로 잔인한 교육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이처럼 한국 교육은 ‘세계 최악의 경쟁교육’임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이런 야만적인 교육에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도 존엄한 인간이다. 우리 아이들도 다른 나라 아이들처럼 행복한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누릴 권리가 있다. 행복한 교실이 행복한 부모,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낳을 것 아닌가.
거시적인 맥락에서 보면,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물론, 한국 사회의 변화, 대한민국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거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중병을 앓는 한국 교육과 사회를 혁신하려는 세력과 고수하려는 세력 간의 대결이다. 진정 우리 아이들을 구하고, 사회를 치유하고, 나라를 살리고자 한다면, 서울 시민들은 모두 빠짐없이 투표장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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