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발발 1돌을 맞은 7일 미국 뉴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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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이 1년을 끌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도 이어지면서 중동 전쟁이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 상황이 경합주인 미시간의 승부를 좌우할 수 있어, 이곳을 잃으면 안 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쪽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7일 현재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미시간주 최근 여론조사 평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0.7%포인트 앞서고 있다. 2020년 이맘때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에서 6%포인트 이상 앞섰으나 실제 선거에서는 2.8%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2016년에는 역시 6%포인트가량 앞섰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실제 선거에서는 0.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미세한 여론조사 우위를 근거로 승리를 낙관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시간은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과 함께 북부 러스트벨트 3대 경합주를 구성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셋 중 하나라도 잃으면 당선이 어려워진다. 이들 중 최다 선거인단(19명)을 보유하고 있고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박빙 양상을 보이는 펜실베이니아가 주목을 많이 끌었지만 이제 미시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아랍계 인구 비중(2.1%) 때문이다. 이들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살상 규모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해왔다. 브라운대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는 지난 1년간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한 군사 원조는 179억달러어치(약 24조원)에 달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의 아랍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편이었으나 아랍미국연구소가 최근에 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랍계 사이에서 4%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미시간에서는 2016년에는 1만여표, 2020년에는 15만4천여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21만명에 이르는 이곳의 아랍계가 충분히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4일 미시간의 아랍계 지도자들을 만나기도 했으나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지는 한 아랍계의 민심을 다독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남부 선벨트 경합주들로 2020년에 바이든 대통령이 신승한 애리조나와 조지아도 당시 득표수 차이를 대입하면 아랍계가 승부를 결정할 수 있는 곳들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올해 중반 들어 가자지구 상황이 다소 잠잠해지면서 마음을 놓는가 했다. 8월에 미시간 여론조사 평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2%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러나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헤즈볼라 소탕을 이유로 레바논에 강공을 펼치고 나서면서 형세가 다시 악화됐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드라이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급습해 1200여명을 살해하면서 전쟁이 촉발된 지 1년을 맞은 이날 공격을 규탄하는 동시에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 불변과 평화 정착을 함께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에 관한 연설을 할 때 그의 관저 부근에서는 반전 시위가 진행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이 대통령이었으면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는 4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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