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가자 지하철’ 480㎞ 땅굴, 하마스 무기 공장·병원까지 건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지난 2월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사업기구(UNRWA) 본부 지하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땅굴을 발견했다며 외신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했을 당시 모습. 가자/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끝없는 로켓과 끝없이 몰려오는 군인들로 너희에게 갈 것이다. 밀려오는 조수처럼 수백만 명의 우리 민족을 데리고 너희에게 갈 것이다.”



2022년 12월 14일 가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하마스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가 이렇게 경고했을 때 이스라엘은 빈말로 치부했다. 그러나 전쟁 발발 1년이 지난 지금도 하마스는 싸우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가자지구 지하에 건설된 482㎞가 넘는 땅굴이다. 가자의 ‘지하철’로 불리는 5700여개에 달하는 이 터널에 하마스는 무기 자급자족을 위한 군수단지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현지시각) 24명 이상의 이스라엘, 미국, 아랍 쪽 군사 및 정보 분석가들, 전현직 하마스 및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하마스 땅굴 시스템을 심층 보도했다.



땅굴은 하마스의 자급자족에 대한 집착을 상징한다.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고립작전에 대비해 땅굴에 무기와 폭발물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했다. 땅굴은 통로와, 방, 벙커로 이루어진 미로 같은 곳인데, 수평·수직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들은 가자지구 거리 9m에 아래에 있는 땅굴 속을 이동하다가 36m 아래에 건설된 더 깊은 땅굴로 이어지는 수직통로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 초청을 받아 하마스가 건설한 터널을 방문한 전직 미국 대테러 관계자는 “150㎞ 달하는 터널을 상상할 수 있겠나. 현실은 그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 터널에 ‘군수단지’를 조성했다. 하마스 정치국 위원인 가지 하마드는 인터뷰에서 “공급 채널이 모두 차단될 것을 대비해 지하 제조시설을 마련했다”며 “장기적인 생존을 목표로 밤낮없이 작업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는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조사 결과 하마스가 사용하는 무기의 80% 정도가 자체 생산품으로 나타났다. 이란산은 거의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터널 속 작은 작업장에서 하마스 금속공들은 고철 파이프와 농업용 화학 물질로 폭발물 부품을 만들었다. 민간 용도로 표기돼 반입됐거나, 식량 등 일상적인 물품에 숨겨 들여온 것들이다. 대전차용 급조폭발물(IED), 열압력 로켓 추진 수류탄, 중·단거리 로켓 등이 생산됐으며, 일부 무기에는 하마스의 브랜드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특히 하마스가 강철 수도관에 설탕과 질산칼륨 비료를 채워 제조한 ‘카삼 로켓'의 경우 이스라엘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겼다고 한다. 제조 비용이 몇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이를 격추하려면 한발당 약 5만 달러가 들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전쟁 이후 카삼 로켓 수천발을 요격했다. 땅굴은 통신망, 보급 창고, 방공호, 야전병원의 역할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땅굴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신문은 땅굴이 신와르의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땅굴 건설에 최소 수백만 달러가 들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경제 개발 프로젝트 자금을 전용해 땅굴을 건설했다”고 전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