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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 후보 한명만 출연하는 황당한 교육감 선거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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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정근식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한국방송 TV 토론 초청 배제와 관련해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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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7일 방영되는 후보자 방송토론에 보수진영 후보 한명만 초청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2년 만에 진보·보수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를 이뤄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당혹스럽다. 서울시선관위는 법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하지만, 유권자의 알권리를 가로막고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공직선거법 및 관련 규칙을 보면, 언론기관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 5% 이상을 얻었거나 최근 4년 이내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여야 방송토론에 초청된다. 최근 시비에스(CBS)와 쿠키뉴스가 내놓은 여론조사에서 진보 단일후보인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대 지지율을 보였다. 한 조사에선 정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다. 독자 출마한 최보선·윤호상 후보의 지지율도 평균 5%를 넘었다. 그러나 법에는 지상파 텔레비전, 종합편성채널, 종합일간지 등의 여론조사만 인정하고 있어 각각 라디오방송과 온라인 매체인 두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결국 2022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23.49%를 득표한 전력이 있는 조전혁 후보만 방송토론 초청 자격을 충족했고, 선거에 나선 이력이 없는 정근식 후보를 비롯해 나머지 후보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조 후보는 30분 동안 단독 대담 형식으로 정책과 공약을 상세히 알릴 기회를 갖게 된 반면, 다른 세 후보는 함께 30분간 ‘초청 외 후보자 토론회’만 할 수 있게 됐다. 정 후보는 토론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내고 토론회에 불참했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하지 않으면 방송토론 참가 후보를 가릴 수조차 없다니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의 특수성을 간과한 제도다. 이미 2022년 경북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바 있는데 개선책 마련에 손놓고 있었던 선관위의 책임이 크다. 같은해 대구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단독 초청 대상이었던 강은희 후보(현 교육감)가 다른 후보의 참석에 동의해 토론을 성사시킨 사례도 있다. 이번엔 왜 그럴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 ‘교육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직책을 뽑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 간 정책 대결을 지켜볼 기회를 잃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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