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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기후대응댐 등 지역 목소리 생생히 전달…지방소멸 해법은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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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2기 열린편집위원회 네번째 회의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려 위원들이 한겨레의 지방 소멸 관련 보도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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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불균형 발전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난제 가운데 하나다. 수도권은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갈수록 비대해지는 반면, 그 외의 지역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저출생 문제도 지역 불균형과 따로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모이다 보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쟁 압력이 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길 리가 없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네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지방 소멸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승근 뉴스룸국 뉴스총괄부국장, 김동훈 전국부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오늘 논의 주제는 지방 소멸과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 발전 문제다. 한겨레의 보도 어떻게 보셨나.



장지연 한겨레 신뢰보고서에 수록된 다양성보고서를 보니, 회사 구성원의 출생지와 거주지 비율을 공개해 놓았더라. 한겨레가 성별·연령뿐만 아니라 지역 다양성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사에 비해 전국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런 기반이 중대 현안 보도에서 한겨레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예컨대, 환경 이슈를 다룰 때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한겨레가 최근 기후대응댐 이슈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잘 반영해 차별성 있는 보도를 해줬다. 중국산 배추 수입 문제와 관련해 국내 배추 농가를 취재해 보도한 것도 지역 관점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역 취재 인프라는 앞으로도 한겨레의 자산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도 있다. 지역으로 갈수록 이주민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뭐가 필요한지 등을 잘 짚어줬으면 한다.



권오성 한겨레가 그동안 써온 지역 소멸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서 읽어봤다.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다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데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 더 나아간 내용이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역 소멸은 전반적인 인구 소멸과도 결부된 구조적인 문제여서 해법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울 것 같다. 지역에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든가 하는 당위적인 주장보다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예를 들면,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에선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태양광발전 사업을 벌여 그 수익을 주민 복지에 쓴다고 한다. 그곳에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면 흥미로운 기사가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의 특장점을 살려 주민들이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례를 기획으로 다루면 좋을 것 같다.



손종욱 지역 소멸과 관련한 언론의 역할에는,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 이외에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사로 쓰고 지역 자체의 멋을 알리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전국면을 두고 꾸준히 향토적인 느낌이 나는 기사를 많이 쓰고 있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얼마 전에 한 지역의 조기축구회 기사가 지면에 실렸는데, 전국지에는 나오기 쉽지 않은 지역지 느낌의 기사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국의 특색 있는 맛집을 소개하는 ‘여기 소문나면 곤란한데’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역 소멸 관련 보도에 전반적으로 솔루션 제시가 좀 부족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일보의 ‘지방 청년 실종’ 시리즈는 크게 와 닿는 기획이었다. 전국을 오가며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더라. 한겨레도 지역의 취재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런 기획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1기 신도시 재개발과 같은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사설 등을 통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지현 지방 소멸 관련해서 토론회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수도권에 일자리가 집중돼 있는 게 문제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온다. 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지역에 기업을 유치할 수는 없지 않나. 몇 년 전 지역소멸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도, 지역 간 일자리 격차를 지적하는 기사들이 유행처럼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사실 거대 담론은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좀 구체적인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지역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봉착하니까 로컬리티(지역성)에 초점을 두고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그런 사업 중에는 다른 지자체들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한겨레가 그런 사례들을 잘 찾아서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형광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강남 출신 학생에 대한 대학 입학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한국은행은 ‘강남 3구 출신의 서울대 진학률이 3배가량 높으며, 이 진학률 격차는 대부분 부모의 경제력 등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수도권 집중, 지역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 지적이다. 한겨레가 이 내용을 기사와 사설로 충분히 다룬 것은 잘한 일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도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토목 사업에 쓸데없이 돈을 쓰기보다는 차라리 농어촌 주민들에게 매달 현금을 주는 게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겨레가 농어촌 기본소득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줬으면 한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은 맞물려 있는 문제다. 지방 차원에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사는 게 좀 불편해야 균형 발전도 가능할 텐데, 교통 인프라 등 모든 게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진다. 재원 배분 등 중요한 의사 결정 때 지역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겨레가 문제의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제정임 이번에 ‘지역 소멸’ ‘지방 소멸’ 등의 키워드로 한겨레 기사를 검색해봤다.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들이 조각조각으로는 꽤 있었지만,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깊게 다룬 보도는 찾기가 어려웠다. 지방 소멸 이슈는 한겨레가 뉴스룸국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과소 보도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한겨레 기자들이 대부분 서울에 살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지역의 고질적인 의료 소외, 문화 격차, 일자리 격차, 지방대의 위기, 폐교, 폐가 등 지방 소멸의 징후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국부의 지역 취재 네트워크를 활용해 솔루션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다뤄 줬으면 한다. 전기 생산에 따른 피해는 지역 주민이 다 감내하고 혜택은 수도권 주민이 누리는 ‘에너지 비민주주의’,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등의 이슈와 관련해서도 전국부 기자들이 지역 주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서 보도해 주면 좋겠다. 환경부, 국토부, 산자부 등 중앙부처 담당 기자들과의 긴밀한 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 기후대응댐을 예로 든다면, 전국부 기자들은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고, 정책 담당 기자들은 기후대응댐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실효성은 있는지, 다른 대안은 뭔지 등을 지속적으로 다뤄주면 좋을 것 같다. 지방 소멸은 수도권 집중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문제다. 전국부에게만 떠맡길 일이 아니다. ‘서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뉴스룸국 차원에서 이 문제를 우선순위 의제로 끌어올려 끈질기게 다뤄 주기를 당부드린다.



김동훈 전국부 기자들의 경우, 취재 영역이 매우 넓다. 행정부터 사법, 검찰 수사, 사건·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혼자 커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긴 호흡으로 기사를 쓰는 일이 녹록지 않다. 오늘 위원님들의 고견을 들으면서 동기부여가 됐고, 좋은 기획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차별성 있는 좋은 보도를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지역 불균형 발전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난제 가운데 하나다. 수도권은 모든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갈수록 비대해지는 반면, 그 외의 지역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저출생 문제도 지역 불균형과 따로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모이다 보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쟁 압력이 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길 리가 없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는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열린 12기 열린편집위원회 네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지방 소멸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신승근 뉴스룸국 뉴스총괄부국장, 김동훈 전국부장이 참석했다.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얼마 전 국내 경제학자 80%가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 보니, ‘수정 후 시행’이 37%, ‘추가 유예 뒤 시행’ 23%, ‘예정대로 시행’ 11%. 기타 9%라는 내용이었다. 한겨레 논조에 맞춰 좀 자의적인 제목을 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손종욱 위원)



•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위헌 결정에 대해 한겨레가 다른 매체와 달리 상세하게 보도해줘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장지연 위원)



• 오피니언면에 ‘서울 말고’라는 문패를 단 칼럼이 실리고 있는데, 지방 소멸과 관련해 의미있는 연재물인 것 같다. 틀에 박힌 생각을 깨는 내용들이 많아서 좋았다.(권오성 위원)



• 딥페이크 성범죄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도 한겨레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줘서 좋았다.(김지현 위원)



• 세수가 줄면서 지방교부금이 대폭 삭감되고 있다. 그러면 공공 서비스가 취약해질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현 정부 들어 지방교부금이 얼마나 깎였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을 한번 보도해주면 어떨까 싶다.(형광석 위원)



• 최근 ‘건강한겨레’라는 건강 섹션이 선을 보였는데, 광고성 기사가 넘치는 타사와 달리 알찬 기사들이 많더라. 건강 정보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섹션으로 잘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겨레 홈페이지에 운세 서비스가 생겼던데, 독자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면 굳이 한겨레까지 이런 서비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제정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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