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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국 시골 태풍 피해에…“전세계 반도체 공장이 비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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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파인 마을이 허리케인 ‘헐린’으로 타격을 입은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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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산악 마을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로 전세계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곳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고순도 석영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파인 마을은 지난달 말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겪었다. 정전과 통신 장애도 잇따랐다. 스프루스파인은 인구가 약 2천명에 불과한 마을이지만, 이곳 광산은 전세계 고순도 석영의 9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가 유독 스프루스파인의 피해에 주목하는 이유도 석영에 있다. 고순도 석영은 반도체 칩의 기반이 되는 얇고 평평한 실리콘 원반 ‘웨이퍼’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필수 재료다. 다결정 실리콘을 석영 도가니에 채운 뒤 녹이는 식인데, 이때 석영의 순도는 최소 99.999%여야 한다. 순도가 이보다 낮을 경우 불순물이 다결정 실리콘과 반응할 수 있는 탓이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에서도 석영을 생산하고 있으나 스프루스파인 수준의 순도와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허리케인 피해 이후 스프루스파인의 석영 생산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스프루스파인에서 채굴한 석영을 웨이퍼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회사 시벨코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다른 회사 더쿼츠코퍼레이션도 지난 3일 “언제 운영을 재개할지는 지역 인프라 재건에도 달린 문제”라며 “아직 그 시점을 가늠하기엔 이르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격 상승이나 더 나아가 공급 부족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광산이 침수됐을 뿐 아니라 지역 교통 인프라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주된 우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미 확보해둔 석영 재고가 완충재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도체 컨설팅 회사인 세미어낼러시스는 3~8개월치 수준인 웨이퍼 제조업체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에 스프루스파인 석영 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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