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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투데이 窓] 일상에 스며들 나노세계의 색 '양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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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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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고에서 많이 접하게 되는 퀀텀닷(Quantum Dots, 양자점) TV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이 양자점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양자점은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한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나노 입자다. 그 크기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이 작은 입자는 반도체의 물리적 특성과 나노 입자의 화학적 특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과학계, 산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양자점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의 흥미로운 특성 중 하나는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이다. 이런 특성은 2023년 노벨 화학상 수상의 근거가 됐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지난 가을 '나노 기술에 색상을 더했다'라는 제목으로 양자점의 발견과 합성법에 대한 공로를 인정, 문지 바웬디와 루이스 브루스, 알렉세이 에키모프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40여년 전, 양자점 연구는 성당이나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색상 연구에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유리 내 염화구리 결정 크기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했고, 같은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크기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원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양자점을 발견했다.

반도체 크기가 매우 작아지면 일상적인 물리법칙이 아닌 양자역학이라는 복잡한 물리법칙이 적용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양자점 내의 전자는 양자점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에너지 상태를 가지며, 이를 통해 다양한 색상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현악기에서 줄을 길게 잡으면 낮은 음(낮은 진동수)이 나고, 짧게 잡으면 높은 음(높은 진동수)이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양자점 기술이 오늘날 주목받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양자점 특성을 제어하기가 어려워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안정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양자점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술적 한계가 컸다. 양자점을 균일하게 합성하려는 시도는 처음엔 많은 실패를 겪었고, 합성된 양자점의 크기나 색상이 일관되지 않아 연구자들은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기술 개발은 지속됐고, 첫 발견으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후에야 나노미터 크기의 양자점을 균일하게 합성할 수 있는 화학적 원리와 기술이 개발됐다. 이 원리를 응용한 다양한 나노 소재 합성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현재는 다양한 크기와 조성의 양자점을 정밀하게 제어해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양자점 기술 응용 분야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다. 앞서 언급한 퀀텀닷 TV로 잘 알려진 이 기술은 기존 LED TV의 한계를 뛰어넘는 색 재현율과 밝기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청색 광원을 사용해 빨간색과 녹색 양자점을 통해 색을 구현한다. 이 방식은 기존의 백색 LED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더 선명하고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어 더 생생하고 정확한 색상 구현이 가능해졌다. 또 양자점의 크기를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원하는 파장의 빛을 효율적으로 생성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성도 높아져, 더 밝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양자점은 주로 디스플레이 기술에 사용되지만 그 응용 범위는 훨씬 더 넓다. 향후 양자점은 우리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변화시킬 여러 혁신적인 기술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양자점을 활용한 LED, 적외선 센서, 라이다(LiDAR), 태양전지 등 여러 제품을 개발 중이며 양자점에 대한 기본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양자점은 바이오 이미징, 양자컴퓨팅 등 여러 산업에서 혁신적인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 이미징 분야에서 양자점은 세포나 조직 내부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는 형광 물질로 사용된다. 이는 기존 형광 물질보다 더 오래 빛을 유지하고 색상이 선명해 더욱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또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양자점 기반 큐비트를 적용해 기존 전자기 기반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연산 속도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양자 정보 처리 및 암호화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점 기술은 나노 세계의 색을 우리의 일상으로 가져왔다. 성당과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색상에서 시작된 과학적 연구는 이제 디스플레이 기술뿐 아니라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가능성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양자점이 열어갈 미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과학과 산업계 모두에서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는 무궁무진하며, 우리 일상에서도 양자점의 혜택을 점점 더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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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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