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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가자전쟁 1년] ①출구 못찾고 국경 너머로 번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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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마스 소탕전' 팔 사망 5만 육박…레바논 지상전까지

'저항의 축' 구심점 이란 개입 '5차 중동전쟁' 우려 최고조

美 영향 축소, 휴전협상 교착…전쟁 더 장기화 가능성

연합뉴스

폐허 된 가자지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제 전 세계의 관심사는 휴전 협상이 아니라 '제5차 중동전쟁'이 돼 버렸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에 무방비로 허를 찔린 이스라엘군은 곧장 반격에 나서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강도높은 군사작전으로 대응했다. 그사이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4만명을 넘기며 인도주의적 위기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휴전 협상은 장기간 교착됐고 대선 출마를 포기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사실상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까지 겨냥해 18년 만에 레바논 지상전을 개시하며 전선을 오히려 넓혔고 '주적' 이란과도 충돌하고 있다.

제5차 중동전쟁은 발발 직전까지 다가왔다.

◇ 이스라엘, 가자지구 초토화…"가자 인구 6% 사상"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감행하며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했다. 이스라엘인과 외국인 약 1천200명이 숨지고 250명 넘게 인질로 가자에 끌려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의 지상전에 나섰다.

초기엔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였다.

같은해 11월 24일 양측이 일시 휴전에 합의해 인질 일부와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맞교환으로 풀려났지만 일주일만인 12월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작전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 지상병력은 가자 북부에서 시작해 올해 5월 이집트 쪽 유일한 통로가 있는 최남단 라파까지 이르렀다. 하마스와 관련됐다며 난민촌, 학교, 병원도 가리지 않고 폭격해 민간 인명피해가 이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9월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 발발 이후 하마스 대원 4만명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포로로 잡혔으며 하마스 로켓의 90%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5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중 전쟁 사망자가 4만1천825명, 부상자가 9만6천910명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 인구 6% 이상이 죽거나 다쳤고 1만명이 실종됐으며 의료시설은 절반만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 이스라엘, 하마스·헤즈볼라·이란·예멘반군과 '사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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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가자지구 전쟁 1년 피해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하마스 소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로 눈을 돌렸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지원하는 이란도 좌시할 수만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대사관 영사부 건물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간부 다수가 죽었다.

이란은 같은달 13∼14일 미사일과 드론 320여기를 동원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보복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안보에 '만성적 위협'이었던 이란 대리세력의 수뇌부를 노렸다.

지난 7월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하루 뒤엔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폭사했다.

9월 17∼18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수천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달 23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각지를 융단폭격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나흘 뒤인 27일 베이루트 남부를 폭격,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숨통을 끊었다.

헤즈볼라 지휘부가 와해됐다는 판단 아래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보병·전차 병력을 투입, 2006년 이후 18년만의 지상전을 시작했다.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전쟁은 국경을 넘어 레바논과 이란으로까지 확전하는 양상이다. 예멘 친이란 반군까지 포함한다면 이스라엘로선 동시에 4개 세력을 상대하는 초유의 '사면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지난 4일 레바논 정부는 가자전쟁 발발 후 자국에서 이스라엘과 충돌로 2천명이 넘게 사망하고 인구 5분의 1인 100만여명이 피란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3주 동안에만 어린이 127명을 포함해 1천400명 이상이 숨졌다.

◇ 바이든 레임덕에 미국도 '통제 불가'

작년 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휴전이 끝난 뒤 미국, 이집트, 카타르 등이 휴전 재합의 중재에 노력했지만 협상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이라며 단계별 휴전안을 공개했다.

이어 석달 뒤인 8월 하마스가 그간 고집하던 선제적 영구 휴전 요구를 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이집트-가자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양측은 다시 평행선을 달렸다.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 무기 밀수를 막으려면 이곳에서 절대 병력을 뺄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8월 31일 가자에서 인질 시신 6구가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총파업이 열리며 전쟁을 강행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잠시 수세에 몰렸지만 레바논 지상전 이후로는 지지율이 상승하며 다시 동력을 얻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국들은 지난 9월 레바논과 3주간 휴전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전쟁으로 해결하기로 결심한 이스라엘은 거부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대선을 포기한 후 급속히 힘이 빠지면서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연구교육센터는 연합뉴스에 "이스라엘은 이란과 대리세력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하고자 행동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스라엘은 미래를 위해 단기적으로 큰 대가를 감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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