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떼와의 충돌에서 시작했더라도 구조적 문제가 피해 키워
현장서 수거한 블랙박스 해독이 초석…당국 전방위 수사 예고
활주로에 남은 흔적 |
(무안=연합뉴스) 박철홍 정회성 기자 = 최악의 국내 항공기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참사를 불가항력적 재난인지, 과실이 더해진 인재인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새 떼와의 충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객기 동체와 충돌한 활주로 시설물이 기준에 들어맞는지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수사 당국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현장 대응에 우선 집중하고 있지만, 초기 수습이 마무리되면 항공 당국과 함께 진상규명에 주력할 예정이다.
◇ 대참사, 그 출발점은 자연재해 가능성
국토부는 사고 발생 직전 제주항공 여객기의 조종사와 관제탑이 주고받았던 교신에서 참사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국토부가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교신 내용에 따르면 당일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와의 충돌을 경고했다.
무안공항서 175명 태운 항공기 착륙 중 사고 |
그로부터 2분 뒤인 8시 59분 조종사는 조류 충돌에 따른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관제탑에 보냈다.
사고기는 오전 9시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의 반대쪽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로 착륙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해 화재로 이어졌다.
무안공항 주변에서 사고를 목격한 주민들도 "비행기가 반대편에서 날아오던 새 무리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등 세 때와의 충돌을 한목소리로 증언했다.
◇ 사람의 과실은 없었나…향후 과제
그 출발점은 재난에 가까운 요인이었을지라도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질 만큼 인명피해를 키운 배경을 규명하는 것은 앞으로 남겨진 과제다.
둑 형태로 두껍게 쌓아 올린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사고기 동체가 반파돼 화재로 이어지게 된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의구심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로 파손된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 |
국토부는 "2005년 공항 건설을 추진하던 당시 안전 규정에 맞춰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추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주변에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해 조류 충돌 우려가 큰 곳에 자리 잡고, 활주로 길이가 2천800m로 다른 공항보다 짧은 편인 무안공항의 구조적인 한계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완료 예정인 연장 공사 탓에 활주로 중 약 300m는 사고 당시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공항 측에서 조류 퇴치 전담 인력과 장비를 충분히 운용하고 있었는지도 규명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수습과 사고 원인 조사를 병행 중인 국토부는 참사 당일 항공기 '블랙박스'로 불리는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각각 수거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 규명의 첫 단추로 꼽히는 블랙박스 해독에는 장치가 온전할 경우 일주일가량, 통상적으로 약 한 달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전남 무안 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상황(종합) |
조사에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사고기 기체 제작사인 보잉도 참여할 예정이다.
NTSB와 보잉 관계자들은 이날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도착한다.
검경은 사고 희생자 유해 수습과 신원 확인,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는 변사 처리에 현재 주력하고 있다.
광주지검 이종혁 지검장,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을 각각 본부장과 단장으로 수사본부를 꾸린 검경은 초기 수습 절차를 마치면 국토부 등과 함께 진상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번 참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인 '중대 시민 재해'에 해당하는지 국토부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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