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경영권 분쟁 끝은 ‘승자의 저주’… 과거 롯데·한진도 ‘상처뿐인 영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 경영진 경영권 방어 성공했지만 미래 투자 적기 등 놓쳐 결국 손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사모펀드 MBK가 4일 공개 매수 가격을 1주당 83만원으로 2차 상향하자, 재계와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 경영진과 MBK 모두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주식 매입 가격을 높이는 등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고려아연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국내에서 전자·전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 아연·동·은 등 기초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번 일로 경쟁력이 훼손될 경우 전체 산업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과거 국내 많은 경영권 및 주주 간 분쟁 때도 승자가 누구였든 기업 자체에 나쁜 결과를 낳는 사례가 많았다.

작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쟁에서 승자는 카카오였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생긴 일로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 기소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공개 매수 과정에서 사모펀드 등과 공모해 시세 조종을 한 혐의가 포착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이브를 앞서기 위해 무리한 게 탈이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년 말 MBK 개입으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의 경우 투자자 피해도 있었다. 평소 1만3000~1만4000원 안팎이던 주가가 2만2000원대까지 치솟았는데, 공개 매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가 1만5000원대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회사는 이 사건 이후 대외적으로 경영진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인식이 생겨 경영에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10년 새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롯데그룹과 한진그룹 역시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현 경영진이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분쟁에 몰입하다 미래 투자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릴 기회를 놓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한국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