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아무튼, 레터]
지난달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퇴장한 주인공은 아마도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울고 있었다. 한 여성 팬이 큰 소리로 “울지 마!”를 외쳤다. 니퍼트는 두산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94승을 거둔 투수다. 2018년에는 kt 위즈에서 프로 선수로 마지막 해를 보냈다.
조명이 꺼지고 그가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 시절 동료들과 포옹. “영원한 파트너와의 만남은 운명 아니었을까요?”라는 소개에 이어 2018년 포수 양의지의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이 흘러나왔다. “내 마음속 영원한 1선발은 니퍼트였어. 항상 응원하고 사랑해~”
이제 니퍼트가 마지막 소감을 전할 순서가 됐다. 미국에서 온 울보가 차마 말을 못 꺼내고 눈물을 훔치자 팬들이 일제히 용기를 북돋워 줬다. 그러자 니퍼트가 한국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야구장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다음부터는 감정을 바닥까지 표현해야 해 영어로 말했다. “2011년에 계약하기 전까지 KBO와 두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첫 시즌을 치르곤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경력을 마치고 싶었습니다. 두산을 떠나 좌절할 때 기회를 준 kt 위즈에도 감사합니다. kt가 없었다면 외국인 선수 최초 100승과 1000탈삼진도 없었을 것입니다.”
2024년 9월 2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니퍼트빅드림야구교실에서 은퇴한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선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 장련성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니퍼트는 베스트 파트너를 호명했다. 최고의 포수를 향해 마음을 다 꺼내는 순간이었다.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고맙다는 말로 전하기에는 부족하고 또 부족해. 투수들은 함께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하는 거야. 너와 호흡을 맞춘 것이 나에겐 행운이었어…. 정말 고마워, 동생아!”
그 순간 중계 카메라가 양의지를 비췄다. 애정을 던지고 받고 다시 던지는 듯 덩치 큰 사내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포수답게 크고 두툼한 손으로. 그 풍경이야말로 ‘베스트 파트너’였다. 흔한 ‘굿 파트너’와는 차원이 달랐다. 투수는 함께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하는 것이다.
※ QR코드에 휴대폰을 갖다 대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넣으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 ‘이메일 주소’와 ‘존함’을 적고 ‘구독하기’를 누르면 이메일로 뉴스레터가 날아갑니다.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