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②이한준 LH 사장 "LH 주인도, 고객도 국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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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도시 택지개발이 줄어들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이한준 LH 사장은 3일 머니투데이 초대석 인터뷰에서 "이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 방향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이를 하지 않고 (택지개발 등) 현재 사업에 안주하는 것은 경영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정부와 협의해 신도시 택지개발 대신 도시를 위탁해 관리·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임대주택에 국한된 유지보수 등 각종 수선 업무를 대한민국 모든 주택에 확산해 서비스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봉사"라고 했다.
최근 급등한 분양가에 대한 인하 방안으로는 택지비 인하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 공급도 중요하지만 분양가의 한축인 택지비 인하를 통해 미래에도 분양가가 급등하지 않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특히 "LH는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기관"이라면서 "LH의 주인도, 고객도 국민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근본적인 원인은.
▶2013년 부동산 경기 불황의 여파로 공급조절을 위해 전 정부에서 2019년까지 상당기간 신규 택지공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신도시나 택지개발을 발표하면 정부가 착공할 수 있는 게 최소 6~7년이 지나야 한다. 결국 2021~2023년 아파트 공급·착공 실적은 3분의 1토막이 났다. 이때 어렵게 착공한 아파트는 2025~2027년에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시장 침체로 민간 착공도 확 줄어 당장 내년에 공급부족이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전세사기 여파로 민간 중소건설업자들이 다세대 빌라를 짓지 않았다. 비아파트가 없으면 아파트로 가야하는데 모두 그럴 수 없으니 수급 부족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몰고 왔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속도감이 확실한 비아파트를 확대해야 한다. '8.8 주택공급 대책'에 매입임대 역할이 커졌다. 아파트를 비롯해 다세대·다가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주택 유형에 따른 선택의 자유를 정부가 줘야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가 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LH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물가수준에 맞게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나 대신 택지비를 최대한 인하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3기 신도시의 가처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3기 신도시에도 1~2기 신도시와 유사한 가처분율(45%) 적용 중이나 과거와 달리 각 아파트 주차장 지하화 및 지상공간 녹지화로 녹지 면적을 축소하고 가처분율 늘려도 쾌적한 도시를 유지할 수 있다. 재택근무 보편화 추세에 맞게 3기 신도시 자족용지 축소하고 공동주택용지로 변경한다면 추가로 호당 택지비를 인하할 수 있다. 현재 GB(그린벨트) 해제 면적의 15%~20% 이상에 해당하는 지구 외 대체녹지를 조성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부담금 부과방식으로 변경하고 사업비의 20%를 차지하는 광역교통시설 분담금에 대한 국고지원이 확충된다면 호당 택지비를 더 인하할 수 있다.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서울 비아파트 '무제한' 매입 등 핵심 역할을 맡았다.
▶매입임대는 올해 5만호, 내년 6만호 등 총 11만호를 목표로 잡았다. 9월 기준으로 예년과 비교해 4.3배 수준인 12.7만호 규모의 신축매입임대 신청을 접수받은 상태다. 올해부터 LH가 직접 설계컨설팅을 제공해 심의 통과율이 예년 대비 38% 높아질 것으로 본다. 매입임대는 당초 서류접수에서 준공까지 약 2년7개월이 걸린다. 비아파트를 확대해 공급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이를 2년 내 마무리되도록 매입약정지원팀을 만들고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매입임대 업무를 맡은 일부 직원들이 고가 매입 논란으로 감사를 받은 상황을 고려해 면책조항도 만들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를 논의하기로 했고 감사원 출신인 이상욱 LH 부사장이 총괄 책임을 맡도록 했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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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3기 신도시 분양이 시작됐다. 목표 달성을 위한 청사진이 있다면.
▶LH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분양주택 21만20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 주택착공 목표를 작년 착공 실적 4배 이상인 5만호로 계획 수립했다. 현재 1만5000호는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고 3만5000호는 발주 완료해 시공사 선정 중이다. 내년에는 6만호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전체 19만3000호 중 지난 3월 인천 계양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8만4000호(44%), 2028년이후 10만9000호(56%) 착공을 목표로 계획대로 정상 추진 중에 있다.
-미분양주택 매입확약의 추진방향과 기대효과는.
▶민간부문의 수도권 미착공 아파트를 조기 착공시켜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은 물론 주택가격 상승에 대응할 것으로 본다. 브릿지론의 높은 이자와 본 PF 전환의 어려움, 경기침체로 인한 미분양 우려 등으로 민간부문이 착공을 주저하면서 주택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입확약을 통해 민간부문의 착공을 유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내년까지 약 3만6000호 수준의 민간주택이 공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8월부터 확약 신청을 받은 결과 현재까지 전체 대상의 절반이 넘는 31개 필지, 약 2만호가 접수되는 등 호응이 좋다.
-기획재정부가 LH에 대한 부채비율 목표를 완화했으나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신축매입 임대주택 확대, 3기 신도시 조기 조성 등 부채 증가가 불가피한 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LH는 장기간에 걸쳐 개발이 이뤄지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른 관리형 공공기관과는 재무관리 방식이 다르다. 각 사업단계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변동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다. 과거 2기 신도시 사업을 보면 초기에는 자산취득 등을 위한 투자 증가로 부채비율이 2011년 468%에 달했으나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주택 및 토지 매각이 이뤄지면서 2023년 부채비율은 218%까지 하향하는 등 꾸준히 감소했다. LH의 부채구성은 전체 153조원 중 42%에 달하는 64조6000억원이 임대보증금, 분양선수금 등으로,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다. 이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이자를 부담하는 88조3000억원의 부채도 그중 절반이 넘는 45조4000억원(51.4%)이 공익사업을 위해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해 준 것이다. 상환기간이 길고 후순위채권에 해당하여 재무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사채 등 이자를 부담하는 부채는 42조9000억원(28.0%)에 불과하다. 다만 임대주택 물량 증가에 따른 부채 증가, 수선유지비 증가에 따른 운영 손실 증가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자구노력과 함께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취임 2년이 지났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사장으로 취임하고 5개월 만에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하고 사후 수습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내부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전력 질주했다고 자부한다. 그동안 LH는 국민이 잘 알지 못하는 건설사와 함께 일하면서 '안단테'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보고했지만 이제는 10% 이상을 A급 브랜드(1군 건설사)를 쓴다. 올해 현대건설(힐스테이트), GS건설(자이), DL(e편한세상) 등이 다 들어왔고 천호 거여 도심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래미안)이 맡는다. LH 역사상 이렇게 A급 브랜드가 다 들어온 적은 없었다. 앞으로 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LH 직원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주택을 짓는 것도 공급자 관점이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 상당수 독점한 권한을 소유자(국민)에 돌려줘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짓는 주택에 국민이 거주하시며 매입임대에도 국민이 살고 계신다. LH의 주인과 고객은 국민이다. 전국 LH주거복지센터는 임대주택 관련 수선 업무를 하고 있다. 이를 LH 임대주택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확산해 서비스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가를 위한 봉사이자 LH의 미래 먹거리다. 일각에서 LH가 택지개발로 커온 기업이라고 하는데 윤석열 정부 이후 택지개발은 추가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언한다. 앞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미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려고 한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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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kennyb@mt.co.kr 정리=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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