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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해봤다] '좀 한다'와 '잘한다' 사이 선 그어주는 게임...'퍼스트 버서커: 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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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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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구현한 게임 속 세상은 눈길을 끈다. 단, 적과 무기를 맞대며 설산에 쓰러지는 등 본격적으로 '매운 맛'을 보면 시선을 돌릴 틈이 없어진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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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 이야기다.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이어 지난달 일본 '도쿄게임쇼'까지 일련의 체험 기회를 잡은 이들의 평가가 그랬다. 궁금증이 극에 달할 때 기자에게도 기회가 왔다. 오는 11일 시작되는 테크니컬 클로즈 베타 테스트(TCBT)에 앞서 미디어 사전 플레이 행사를 진행한 것.

고난이도에 적응은 첫 단추, 'N트'는 기본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누명을 쓰고 수레에 갇혀 피를 뚝뚝 흘리며 호송되던 펠 로스 제국의 대장군 카잔은 그 기구한 서사로 게임에 대한 몰입력을 한층 높였지만 생김새와 다르게 허약함을 연출하며 정교한 컨트롤을 요구했다. 특히 소울라이크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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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전반을 어두운 분위기가 감싸고 있다. 몰락한 영웅의 단면이 드러난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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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도 기대와 현실의 거리감을 쉽게 확인 가능했다. 주인공 카잔은 마인에게 정신을 지배당해 평소보다 몇 배는 강한 모습으로 용사 세력을 괴롭히는 보스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시작 단계에서 일반 병사에게도 큰 데미지를 입으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등 같은 편만 되면 '너프'(약화)되는 캐릭터를 연상시켰다.

이런 배경 탓에 조작을 시작하기 전에 감상했던 스토리는 뒷전으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헛발질 몇 번에 쓰러지는 몰락한 영웅을 본연의 모습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장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콘솔 컨트롤러(패드)에 대한 적응도 마찬가지다. 방어와 회피, 일반 공격과 차징 공격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데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적응은 첫 단추에 불과했다. '카잔'은 액션 RPG라는 장르적 방향성에 부합하게 캐릭터의 성장 없이는 충분한 액션을 펼치기 어렵도록 설계됐다. 예컨대 회피나 방어, 질주에 스테미너(기력)가 일정 부분 소모되는데 스테미너의 총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막고 때리거나 회피하고 때리는 등의 패턴을 정직하게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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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보스까지 접근도 못하고 이 단계에서 애를 먹을 줄은 몰랐다. 허겁지겁 때리고 도망가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실컷 얻어맞아서 위험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동굴 난간 끝에서 공격 모션으로 내려와 버린 적 때문에 세이브 포인트에 접근을 못하고 눈싸움 중이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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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마흐 지역 보스 예투가는 둘째 치고 중간 보스부터 3연속 공격을 취하거나 2단 찌르기로 주인공을 괴롭힌다. 예투가는 타이밍 좋게 피하지 않으면 주인공을 붙잡고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방어 불가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스테이지가 거듭될수록 복잡성을 더한다. 그러니 적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고, 패턴을 견딜 수 있는 공방 조합을 짜는 것이 두 번째가 됐다.

이 단순한 작업을 소화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N차' 시도를 몇 번이나 경험했는지 모른다. 이런 난이도는 허기진 이들에게 '시장이 반찬'인 것처럼 '던파'라는 IP나 장르에 목마른 이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될 수 있어 보였다. 이와 함께 대중성 측면에서 다양한 유저 스펙트럼을 포섭할 수 있는 보조 수단도 떠올리게 했다.

풀 수 있는 난제...컨트롤 하거나, 레벨링 하거나

앞서 언급한 부분이 '카잔'의 난이도를 바탕으로 한 '절망편'에 가깝다면 '희망편'도 존재한다. 액션 RPG에서 RPG 요소에 집중할 경우 액션의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카잔은 적을 물리칠 때마다 일정 영혼을 얻게 되는데 영혼을 이용해 공격력이나 저항력 등 능력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장비 장착을 통해서도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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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성장 없이 보스전에 돌입하면 얻어맞고 도망 다니는 일 외에 선택지가 없어진다. 이 상태로 1분 넘게 도망다닐 수 있다는 점은 컨트롤을 통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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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곳곳에 자리한 세이브 포인트에 접촉할 때마다 적과 회복 아이템이 다시 생기는 구조적 장치를 이용해 영혼이나 장비를 수집, 캐릭터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면 거대하게만 느껴지던 보스들도 결국 주인공 앞에 무릎 꿇게 된다. 이 과정을 시간에 의존할지, 컨트롤로 극복할지는 전적으로 유저의 선택이다.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닌데 손이 많이 가는 벽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PC 기반 플레이에 호기심을 더했다. 일전에 한 개발자는 자신이 개발한 게임 출시를 앞두고 어떤 플랫폼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게임에 몰입해 깊게 즐기고 싶을 땐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고 장시간 편하게 즐길 땐 패드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해당 게임은 PC와 콘솔 멀티 플랫폼을 지원했다. '카잔'도 두 가지 플랫폼을 모두 지원한다.

다만 '게임은 역시 손맛'이라는 장르의 오랜 팬들에게 이 또한 난제로 꼽힐 가능성이 있다. 3D 셀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구현해 보는 맛을 살린 게임은 네오플 특유의 액션성과 결합해 시각, 청각을 자극한다. 이에 더해 패드를 사용하면 타이밍에 맞는 진동으로 촉각까지 사용할 수 있다. 종합 예술로 불리는 게임을 보다 풍성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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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포인트를 이용하면 리젠되는 적과 회복 아이템을 이용해 영혼을 수집,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다. RPG는 자고로 레벨링이 기본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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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은 11일부터 10일간 TCBT를 통해 유저 평가도 받는다. 플레이스테이션 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사용자들이 대상이다. 조작법을 익힐 수 있는 초반부 하인마흐를 비롯해 스톰패스와 엠바스 등 3개 지역 플레이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접수한 폭넓은 유저 피드백들이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한 게임을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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