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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혼밥, 더 많은 자유” 부산 온 ‘고독한 미식가’ 고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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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장면. 드라마 주인공 고로상을 연기한 마츠시게 유타카가 주연과 감독을 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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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주인공 ‘고로상’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 끝에 거제도에 도착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서다.



12년간 이어오며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를 연기한 마츠시게 유타카는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와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연뿐 아니라 감독까지 맡았다. 마츠시게는 3일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2년 전 드라마를 시작할 때 아저씨가 그냥 밥 먹는 드라마를 누가 볼까 걱정했는데,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영화까지 만들어지고 감독으로 데뷔하게 되다니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리즈 첫 극장판인 이 영화는 도쿄티브이 개국 60주년 기념작이지만, 한국 팬들을 위해 제작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의 아름다운 섬과 맛깔난 음식들, 배우 유재명까지 등장한다. 부산과 가까운 후쿠오카에서 나고 자란 마츠시게는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일본과 가깝고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바다를 건너면 같은 식재료도 맛이 천양지차로 달라진다는 게 충격적일 만큼 신기했다”면서 “영화를 준비하며 한국의 많은 식재료와 음식들을 체험한 게 모험이고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본래 마츠시게는 2009년 영화 ‘도쿄!’에서 인연을 맺었던 봉준호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했었다. ‘드라마와는 다른 피를 넣고 싶다’는 생각에 봉 감독에게 편지를 보냈더니 ‘일정 때문에 어렵지만 꼭 완성되기를 기대한다’는 답장이 왔다. 그는 “봉 감독이 기대한다니 꼭 영화를 해야겠는데 다른 감독에게 맡기느니 그냥 내가 하자고 마음 먹게 됐다”며 “요즘 일본 티브이 업계 환경이 좋지 않은데 스태프들을 성장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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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장면. 드라마 주인공 고로상을 연기한 마츠시게 유타카가 주연과 감독을 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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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고로는 업무차 프랑스에 갔다가 어린 시절 고향 일본에서 먹었던 국물 맛을 그리워하는 노인을 만난다. 노인의 부탁으로 식재료를 찾아 나선 고로는 일본 섬에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한국 섬에 다다른다. 독버섯을 먹고 쓰러지기도 하고 특별한 한식을 대접받기도 하며 거제도까지 온다. 여기서 그를 맞이하는 입국 심사 직원으로 유재명이 출연한다. 홀로 밥 먹는 장면만 등장하던 드라마와 달리 황태해장국을 맛있게 먹는 고로상 옆에서 유재명이 눈을 흘끔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장면이 큰 웃음을 선사한다.



마츠시게는 “한국을 중심으로 영화를 찍고 싶어 2022년 말부터 한국 영화를 많이 보며 배우를 찾았다”고 했다. ‘소리도 없이’(2020)에서 유재명을 보고는 “바로 이 사람이다” 하고 무릎을 쳤다. “영화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웃음을 자아낼 수 있다는 걸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잘 구현됐다. 유재명 배우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게 이번 영화의 최대 성과”라고 그는 말했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빠르고 맛있게, 그리고 깔끔하게 음식을 먹는 고로의 모습이다. 많은 음식을 맛깔나게 먹으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드라마는 실제 식당에 가서 주인에 내오는 메뉴판의 음식을 먹는 다큐멘터리와 같기 때문에 늘 음식이 나오는 순서대로 먹으며 한번에 승부하려고 한다”며 “원래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지만 일과에 걷기가 들어있다. 오늘 아침에도 상쾌한 해운대 주변을 6㎞ 걸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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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가지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감독 겸 주연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부산/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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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초창기,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혼밥’이 부끄럽거나 금기시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는 그는 “고로는 혼자 먹긴 하지만 옆 사람들이 뭘 먹나 궁금해하고 요리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설레는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은 아니다”라며 “혼밥은 먹는 것에 자유를 더 많이 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로 인해 한국에서도 혼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라졌다는 게 반갑다”고 했다.



그는 이 드라마가 한국·중국·대만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동아시아는 운명 공동체인 것 같다. 산업도 문화도 함께 손잡고 걸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비록 한·일 관계나 일·중 관계가 악화한다고 해도 드라마를 매개로 한 인연이 오래 이어지면 양국 간 관계도 좋아질 거다. 내 작품이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인생을 바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오가 다 된 시간에 간담회를 마치며 그는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배고프시죠?”



부산/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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