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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중동 확전 위기 절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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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동쪽 신알필에 2일(현지시각)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눈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신알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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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200여발을 쏟아붓는 보복 공격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재보복을 다짐하며 중동 확전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파타흐-1 등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200여발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은 이번 공습이 지난 7월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마스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과 지난달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지휘관 아바스 닐포루샨이 숨진 사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자위권 행사라며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행동은 종료된다. (반대 경우엔) 우리의 대응은 더 강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미사일 90%가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과 서방국가들은 이들 다수가 ‘아이언돔’ 등 이스라엘 방공망에 막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미사일 파편에 맞아 팔레스타인 남성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본부와 네바팀 공군기지, 텔노프 공군기지 인근에 상당한 미사일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한 지상작전에 1개 사단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4월13~14일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등 300여발로 이스라엘 영토를 사상 처음 공격한 바 있다. 당시에는 공격 며칠 전 주변국에 통보하고 속도가 느린 드론도 같이 동원해 이스라엘이 대비할 시간을 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전 통보가 없었고 이란에서 직선거리로 1600여㎞ 떨어진 이스라엘에 12분여 만에 도달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른 탄도미사일이 동원했다. 미국이 이번 공격 3시간가량 전에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이란이 큰 실수를 했다”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경계하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언급되면서 중동 확전의 불씨가 일파만파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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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미국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이스파한주 북부 나탄즈에선 이란이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환 가능한 우라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엑스에 “50년 만에 중동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며 “지금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중앙 에너지시설을 파괴하고 테러 정권(이란)을 치명적으로 마비시키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의 1차 보복 공격 때 재보복으로 이란의 이스파한주에 폭격을 가했으나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 핵시설 피해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번에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격하면 양국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 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아 전쟁은 미사일과 전폭기를 통한 상호 폭격이 주된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도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와 예멘 후티 반군도 참전할 수 있다. 장기전으로 확대되면 이스라엘에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 이스라엘이 어떤 형태의 재보복을 할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료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며칠 내로 이란 내 석유생산 시설과 전략적 시설 등을 겨냥해 상당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며 “일부에선 표적 암살과 방공 시스템 파괴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란에서는 강경파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 대해 추가적인 보복 조처를 할 경우 이스라엘의 인프라를 공격하겠다고 맞섰다.



또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오는 4일 테헤란에서 금요예배를 직접 집도한다고 이란 메르 통신이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예배 집도는 국가 안보 관련 중대 사안이 있을 때 이뤄지며 2020년 이란의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암살당한 뒤 처음이다.



이스라엘 정보 장교 출신인 다니 시트리노위츠는 뉴욕타임스에 “이스라엘의 행동은 확실히 이란의 또 다른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며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대결 시작 단계”라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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