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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재용 ‘불법 승계 의혹’ 위법수집 증거 두고 공방…선고 일자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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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선고, 내년 1월 27일은 피하기로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이 위법수집 증거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당초 재판부는 내년 1월 27일 2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설 연휴를 피해 선고 일자를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0일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묵묵히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은 검찰이 수집한 압수수색 자료의 증거 능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핵심은 검찰이 ‘선별 절차’를 거쳐 증거를 수집했는지 여부였다. 앞서 1심은 검찰이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 서버를 압색하면서 확보한 자료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압색한 에피스 직원에 대한 외장하드 선별 절차는 적법하게 진행됐으나 1심은 이 판단을 누락했다”며 “압색 전후에 변호인들과 합의해 절차를 진행했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을 다했는데 압색 전체가 절차를 위반했다는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했기 때문에 피고인과 관련없는 타회사 재무, 직원 사적 메신저까지 다수 포함돼 있다”며 “검사는 선별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이것이 모든 파일을 일체 감수한 것이 탐색·선별의 결과라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맞섰다.

이에 검찰은 “압색은 수사 초기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라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법원은 압색 당시에 혐의 사실과 연관되거나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범위에서 압색이 이뤄지는 경우, 실제 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포함돼도 압색 전체가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다시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 7월 25일 신청한 1차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거래 착수 및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관련 허위 추진 계획 공표 등 범죄 혐의와 관련된 10가지 항목에 대해 보완하는 것이었다.

다만 검찰의 2차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다음 기일에 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판결을 내놓자, 지난 27일 이 회장 등에 관련 혐의를 추가해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조선일보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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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회장(당시 제일모직 최대 주주)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삼성물산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하도록 개입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부정 거래,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지난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A4 용지 1600여쪽의 판결문을 분석한 뒤 1300여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만 2144개의 추가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초 재판부는 내년 1월 27일 선고를 내릴 계획이었지만, 설 연휴를 피해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부는 “내년 1월 27일은 설 바로 전날이라 그날은 피해달라는 검찰의 의견이 있었다”며 “그 전 또는 다음주에 상황보고 (선고일자를) 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14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서는 회계부정에 관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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