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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FreeView] 아이폰 5년째 제자리? 혁신 속도 느려진 애플에 경종 울린 '3단 폴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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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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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애플의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 16' 시리즈가 정식 출시됐습니다.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 처음으로 1차 출시국이 된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애플스토어' 앞에 아침부터 구매자들이 줄을 섰는데요, 이번 신제품이 흥행에 성공할 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품 출시 전에는 시리즈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 탑재로 교체 수요를 일으켜 이른바 '슈퍼 사이클'을 탈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막상 출시한 제품에는 아직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아 판매량이 신통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들은 애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배송되기까지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전작보다 짧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시 첫날 '아이폰 16 프로 맥스'의 배송 기간은 27일로, 전작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53일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폰 16 출시 첫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아이폰 16 수요에 대해 매우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수요가 작년보다 좋은지 묻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며 "이제 시작이니 두고 보자"고 답했습니다.

아이폰 '불패신화' 원동력은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을 사용하는 인구는 10억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요만 충족해도 애플 입장에선 크게 실패할 리 없는 장사입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되지 않았더라도 바꿀 때가 된 사용자는 결국 또 새 아이폰을 구매한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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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애플 피프스 에비뉴 매장에서 '아이폰 16' 시리즈를 구매하고 기뻐하는 사람들 /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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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자신감은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탄탄한 생태계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실제 아이폰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젊은 세대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국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18~29세 응답자의 68%가 아이폰을 이용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젊은 세대의 아이폰 선호 현상은 해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또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애플워치, 에어팟, 아이패드 등 생태계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사용자가 많고, 이 때문에 다음 스마트폰도 또 아이폰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죠. 해당 제품은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태블릿 PC 시장의 글로벌 1등 제품입니다. 스마트폰을 바꾸고 싶어도 이런 생태계 때문에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게 사용자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다 잡은 물고기...혁신 속도 느려지는 애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한정된 시장을 크게 애플과 삼성, 중국 제조사들이 나눠 먹는 '제로섬' 게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은 여전히 매년 아이폰으로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애플 입장에선 '다 잡은 물고기'에 밥을 더 줄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뽑아내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실제 아이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해 보합 내지는 소폭 감소하고 있지만, 대신 '서비스' 부분 수익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아이폰을 비롯한 생태계 제품을 쓰는 사용자들이 '애플뮤직', '애플tv'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애플의 든든한 수익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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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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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니 제품 혁신 속도는 점점 둔화되고 있습니다. 과거 아이폰 출시 초기에는 2년 간격으로 디자인이 크게 바뀌었지만, 2017년 '아이폰X' 출시 이후에는 3년, 2020년 '아이폰 12' 출시 이후에는 무려 5년 동안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매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이 좋아지고, 카메라 기능이 향상되며, 제품 소재가 티타늄으로 바뀌는 등 개선이 없던건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크게 체감할만한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중국 시장 균열…화웨이가 던진 경고

최근 이런 애플의 행보에 경종을 울리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경보음은 중국 시장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애플 실적에 큰 성장을 안겨줬던 중국 시장에선 현지 제조사들이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가 부활하면서 애플을 빠르게 밀어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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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의 부활에 대해 시장은 '애국소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 무역제재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던 화웨이가 자체 반도체와 운영체제(OS)를 들고 시장에 복귀한 모습이 현지 소비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화웨이가 다시 혁신 속도를 높이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징 중 하나인 화웨이의 '메이트 XT'는 세계 최초의 두 번 접는 '트리폴드폰'으로, 3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전예약 주문량이 660만건을 넘어서고 매장에선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너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 '매직 V3'를 내놓는 등, 애플이 아직 폴더블폰에 발도 못 담군 가운데 중국 제조사들은 스스로 폴더블폰을 '대세'로 이끄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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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메이트 XT' /사진=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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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중국 제조사들이 만든 폴더블폰이 아이폰보다 더 뛰어난 제품이라고 말하기엔 이른감이 있지만, 혁신 속도로 보면 역전에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아이폰 역시 처음엔 웃음거리였지만, 결국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무너뜨렸고, 삼성 역시 '옴니아'의 실패를 발판 삼아 '갤럭시'를 세계 1위 스마트폰에 올려놨습니다. 그만큼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은 무시못할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며 교체 욕구가 낮아지고, 경기 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실제 지난 8월에는 샤오미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8월이 애플의 최대 비수기이긴 하지만 샤오미가 가성비 높은 중저가폰을 앞세워 신흥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이폰 규제 옥죄는 EU…생태계 위기

중국 제조사들의 위협과 더불어 애플의 가장 큰 해자였던 독자 생태계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애플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던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18억4000만유로의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물론 애플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동안 애플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생태계에 균열을 낸 조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EU는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에도 규제 칼날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애플에게 아이폰과 아이패드 운영체제에서 타사 스마트워치와 헤드폰 등의 연결 기기를 호환 가능하게 하는 조치를 6개월 안에 마무리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이폰에 '갤럭시 워치', '샤오미 태블릿'을 연결할 수 있게 만들라는 얘기입니다. EU는 애플에게 USB-C 타입 충전단자를 지원하라, 기본 웹브라우저와 검색 엔진을 선택 가능하게 변경하라는 등 애플 생태계의 폐쇄성을 건건히 물고 늘어지며 시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번 운영체제 개방 조치로 인해 애플이 유럽에서 사업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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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호되게 당한 애플은 인도, 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으로 공급망을 확대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때 '홀대론'이 팽배했던 한국 시장에 대한 태도도 급변했습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던 '나의 찾기' 기능 지원이나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지원 등을 내년까지 싹 다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애플이 처한 현실에 대해 국내 기업과 정부도 고민거리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수의 국내 기업들이 애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애플이 부진에 빠질 경우도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또 애플의 라이벌 삼성전자 역시 중국 제조사들의 부상과 빅테크 규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규제를 글로벌 동향과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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