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선거법 위반’ 이재명 징역 2년 구형...검찰 “국민 상대로 거짓말 반복”

댓글 1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형 감경할 사유 전혀 없다”

‘김문기 몰랐다’ 허위 발언 혐의엔

‘사랑이 지나가면’ 가사 인용해 PPT

검찰이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2022년 9월 기소한 지 2년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7개 사건 11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선거법 사건 1심 재판이 가장 먼저 마무리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전파성이 높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반복해 유권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면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는 형을 감경할 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중할 사유만 있을 뿐”이라며 “법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불법성 정도에 따라 원칙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의 신분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 적용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공정한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공직선거법의 입법 취지가 무너진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2건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방송에 나와 대장동 개발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알고 있었으면서 몰랐다고 하고,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처장과 관련해 “두 사람은 2021년 김 전 처장 사망 직전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 무려 12년에 걸쳐 교유(交遊) 행위를 한 사이”이라며 “(성남)시장 시절 해외 골프나 낚시 등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임에도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한 것은 당시 피고인이 대선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백현동과 관련해 “대장동 리스크를 차단하기도 전에 제2의 대장동인 백현동 의혹이 대두하면서 그야말로 코너에 몰렸던 상황”이라며 “피고인은 치밀하게 준비해 전국에 생방송되는 국감장을 ‘거짓말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변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며 “증거가 없으면 ‘모르쇠’, 자신이 관련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남 탓’을 한다. 본 건(백현동)은 피고인의 전형적인 남 탓 사례”라고 했다.

구형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이 대표는 국정감사 당시 발언에 대해 “말이 좀 꼬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년간의 복잡한 일에 대해 7분 안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압축적으로 (발언)하다 보니 얘기가 꼬인 건 있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 공무원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 이렇게 표현한 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 이런 걸 문제 삼겠다’ 이렇게 표현했다”며 “누가, 언제 이렇게 (했다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협박이 없었다’는 성남시 공무원들 증언의 신빙성도 쟁점이 됐다. 이 대표는 “도시계획과장 A씨가 국토부에 계속 불려 다니며 가장 압박받았을 것”이라며 “A씨에게 직접 물어보니 ‘(국토부에) 많이 깨졌죠’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작년 12월 법정에서 “압박을 느끼지 못했다” “(이 대표에게) ‘깨졌다’고 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이를 지적하자 이 대표는 “허위 진술”이라며 “검찰이 A씨를 기소하지 않는 조건으로 압박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검사가 또 “공무원들이 일치단결해 (국토부 협박이 없었다고) 피고인을 음해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검찰이 무서웠겠지요”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와 성남도개공 고 김문기 처장, 유동규 본부장(맨 왼쪽 뒤편과 가운데)이 2015년 함께 찍은 사진.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었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면서 이문세가 부른 <사랑이 지나가면>의 가사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다. 검찰은 PPT 화면에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가사를 띄웠다. 그러면서 “이 노래는 화자에게 깊은 상처가 돼 상대방을 모르기로 한 현재 심경을 표현한 노래”라며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이 대표의 입장과 같아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대선 당선을 위해 이 대표는 김 처장과의 관계를 부정해야만 했다”며 “방송에 출연해 거짓말한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뉴질랜드 출장 당시 가족과 했던 영상통화 영상도 법정에서 재생했다. 영상 속 김 전 처장은 “시장님(이재명)하고 본부장님(유동규)하고 골프까지 쳤다”며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상이 끝난 직후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권력을 남용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고, 정말 안쓰러울 만큼 노력하지만 다 사필귀정할 것”이라며 “법원에서 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정의롭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6명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법정을 찾아 첫 줄에서 방청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은 이날까지 2년 여간 총 27차례 진행됐다. 선거법 사건은 6개월 내 1심을 선고하도록 하는 강행 규정이 있지만, 1년 반 넘게 지연된 것이다. 이 대표가 국정감사 참석과 단식, 코로나 입원 등으로 나오지 않아 여러 차례 재판이 연기됐다. 작년 10월 이 대표가 두 번 연속 불출석하자 변호인만 참여하는 ‘궐석(闕席)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 당초 심리를 맡던 재판장이 진행을 더디게 하다 올해 초 사직하면서 재판은 더 늘어졌다.

조선일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거법 위반'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한 뒤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등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이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 받은 434억여 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기억 못한다’ ‘검찰의 조작’이라는 이 대표의 해명을 재판부가 어떻게 볼지에 따라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도 오는 30일 1심 결심이 예정돼있다.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4개가 병합된 재판은 첫 사건인 위례 부분 심리가 이달 중 마무리될 계획이다. 올해 6월 기소된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재판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혐의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

[방극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