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기 TV쇼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안나 소로킨(왼쪽)의 모습. 그가 한쪽 발목에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다. /ABC·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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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부유한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상류 사교계를 감쪽같이 속인 러시아계 독일인 안나 소로킨(33)이 반짝이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미국의 인기 TV쇼인 ‘댄싱 위드 더 스타’ 무대에 등장했다.
18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소로킨은 전날 공개된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33 1화의 마지막 출연자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는 춤을 선보이기 전 “나는 내 자신을 여러 번 재창조했다. 이번에는 댄서가 될 것”이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로킨의 춤은 그의 화려한 전자발찌를 클로즈업하며 시작됐다. 원래 검은색인 전자발찌는 그의 의상과 맞춘 청색·보라색 커버로 덧씌워졌고, 반짝이는 비즈로 장식됐다. 그는 인기 팝스타 사브리나의 곡 ‘에스프레소’에 맞춰, 파트너인 에즈라 소사와 함께 차차를 췄다.
방송에서는 소로킨과 소사가 무대 준비 과정에서 함께 합을 맞추는 연습 장면도 공개됐다. 연습 중 소로킨이 전자발찌에 발이 걸려 넘어지자, 소사는 “그게 오늘은 좀 방해가 되네”라며 농담하기도 했다.
소로킨은 세 명의 심사위원들로부터 각 6점씩을 받아 총 18점(만점 30점)을 기록했다.
심사위원인 할리우드 배우이자 안무가인 데릭 허프는 “뭐랄까,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당신은 실제로 정말 아름다운 댄서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다. 좀 놀랐다”고 평했다.
안무가 브루노 토니올리는 소로킨을 모티브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에 빗대 “또 다시 안나를 재창조하는 중(Reinventing Anna)이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댄서 겸 안무가 캐리 앤 이바나는 춤에 대한 평가 대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소로킨이 무대에 올랐을 때 이 곳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나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참가자들)이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이건 여러분이 여기서 춤을 추는 것에 관한 것”이라면서 “소로킨에게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고 했다.
안나 소로킨.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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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킨은 이날 무대를 마친 후 AP통신에 “끝나서 안도감이 든다. 조금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이걸 해냈다는 게 기쁘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자발찌에 대해서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꽤 가볍고, 발목에서 달랑거리지 않도록 꼭 조여달라고 (감독관에게) 부탁했다”고 했다.
파트너 소사는 “솔직히 말해서 (소로킨의 전자발찌가) 이 쇼의 주인공”이라며 “사람들이 이걸 좋아하는(관심을 갖는) 게 조금 웃기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어 “발목에 다는 무게추는 아니지 않나. 말 그대로 1파운드(약 453g)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소로킨은 자신의 범죄 경력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관대하게 봐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사람들이 내게 기회를 주길 바란다”라며 “그리고 난 형기도 마쳤고 배상금도 갚았다”고 했다.
한편 소로킨은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트럭 운전사의 딸로 태어났다. 15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고, 2014년 뉴욕으로 넘어와 6000만달러(약 789억원)의 재산을 가진 독일 상속녀 ‘아나 델비’를 사칭하며 상류층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거의 한 푼도 내지 않고 맨해튼의 여러 고급 호텔을 돌며 무전취식하고, 공짜로 개인 전용기에 탑승했으며, 은행들로부터 수만 달러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결국 2017년 말 체포됐다.
소로킨은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형을 선고받고 4년간 복역한 뒤 모범수로 인정받아 2021년 2월 출소했다. 현재 그는 전자발찌 착용 등의 조건 하에 가택연금된 상태다. 소로킨의 변호인 주다 엥겔마이어에 따르면, 소로킨은 거주지에서 70마일(112km) 이내와 뉴욕시 5개 자치구 내에서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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