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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한은 “집값 불안 내년 이후까지”…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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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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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치솟는 집값과 가계대출 급증 요인으로 주택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 실패’를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불안은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정부·여당에서 나오는 ‘금리인하 만능론’을 견제하는 동시에, 부동산·가계부채의 안정 여부가 향후 금리인하 속도와 폭을 결정할 최우선 변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시장 위험지수 ‘과열위험’ 직전…가계부채비율도 증가 우려





한은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 를 핵심 내용으로 보고했다. 이 보고서는 6개월마다 한은의 통화정책 배경과 정책방향을 국회에 보고하고 공표하는 정례 보고서로, 금융안정보고서와 함께 한은이 공표하는 보고서 중 가장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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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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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소득 및 사용가치와의 괴리 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 분석을 보면, 서울의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일부 지역은 전고점 상회)했고,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과열위험’ 단계 직전까지 올랐다.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7월 기준 1.11로 ‘고평가’ 단계(0.5∼1.5)다. 지난해 4분기에 고평가 단계에 진입한 뒤 과열위험(1.5 이상) 단계에 빠르게 다가가는 추세다. 이 지수는 소득·임차가격·전국 아파트 가격·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주택가격의 적정 수준을 평가한 지표다. 한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8월에는 위험지수가 좀 더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2021년 부동산 상승기에도 고평가 단계가 1년간 지속되다 과열위험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주택 거래량과 맞물린 가계대출 증가로 가계부채 비율(국내총생산 대비)도 증가세로 반전할 우려가 크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지난 2000년 이후 4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올 1분기 92.1%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금처럼 매달 5조원 이상 증가세가 지속되면 올 4분기에는 가계부채비율이 최소한 92.4∼92.6%로 재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이 경기진작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은 크다고 강조했다. 통상 주택가격 상승은 이론적으로 건설투자나 구매력 확대 등 효과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이 건물투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거의 없고 높은 가계부채 수준은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되며, 집값과 소득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제의 변동성만 키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과열 원인으로 공급·수요 정책 정조준…“현 규제 수준 완화적”





한은은 부동산 과열 원인에 대해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주택건설 감소로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데, 거시건전성 규제는 완화하는 상황에서 ‘과열’이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정부의 뒤늦은 공급 대책(8.8 대책)과 2단계 스트레스디에스알(DSR) 규제 연기 및 정책대출 확대, 대출금리 인상 등 오락가락 수요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한은은 현재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도는 과거 부동산 상승기와 비교할 때 ‘완화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필요시 추가적인 (공급·수요 정책)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들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시장의 기대심리를 키워 한은의 의도와 달리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의 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경우 “내년 이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규제 효과가 불확실하고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면 “내년 이후까지 (과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집값 상승 흐름이) 한두 달 안에 꺾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상승률이 둔화하겠지만 이미 높은 수준의 레벨이어서 올해까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더 강경해진 금통위 “가계부채, 성장 제약 수준으로 높아”





한은은 보고서에서 통화정책방향 관련해 금리인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 우려, 예상보다 더딘 내수회복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이미 금융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은 상황”에 방점을 찍었다. 성장을 제약하는 가계부채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금리 결정을 하는 금통위원들의 시각도 강경하다.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결정한 8월 금통위 의사록(10일 공개)을 보면, ‘집값·가계부채 둔화 데이터가 금리인하의 선결 조건’이란 취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의견이 다수다. 대다수 위원들은 “정부 대책의 효과를 살펴본 뒤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위원 중 한 명은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되어선 안된다.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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