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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설] 플랫폼 기업에 '딥페이크 성범죄' 차단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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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딥페이크(인공지능(AI) 기반 이미지 합성) 공화국'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취약하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조사 결과, 전 세계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피해자 가운데 53%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기업과 군대 등 일터를 넘어 초·중·고교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AI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는 물론 경찰까지 방지대책과 처벌방안을 쏟아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불법 유통의 온상인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교육부가 일선 시도교육청을 통해 파악한 결과 올해 1월부터 이달 6일까지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건수가 총 43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지난달 28일 이후 열흘간 총 건수의 54.8%인 238건이 집중됐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통해 대거 유포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피해신고가 크게 늘어났다. 서울경찰청도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현재 총 101건의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일부 교원단체가 지난달 27~28일 진행한 긴급설문에서는 전국 초·중·고교에서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피해 신고가 2500건에 달했다.

이처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는 다음 달 범정부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선 허위영상을 시청·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제작·유통 관련 처벌기준을 대폭 상향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유포 경로로 쓰인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연합(EU) 독일 프랑스 등은 이미 자국법으로 플랫폼에 대해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삭제·감시·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해외의 입법동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경찰은 성범죄 방조 혐의로 내사 중인 텔레그램에 대해 범죄 사실이 특정되는 대로 정식으로 입건해 인터폴 수배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파벨 두로프 대표를 체포해 수사 중인 프랑스 수사당국과 공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과거 미국 민간 철도회사들은 철도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방관하지 않았다. 철도회사가 운영한 철도경찰은 철도 내 범죄 방지로 유명했다. 지금의 플랫폼 기업들과는 달리 자신의 관할 영역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막고자 했다. 텔레그램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에 이런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정부는 이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규제일변도에서 벗어나 딥페이크를 적발하는 기술의 개발도 지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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