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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사법 리스크 커지자… 문재인·이재명의 ‘방탄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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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 양산 회동

조선일보

문재인(오른쪽)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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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만나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 보복 수단으로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7개월만에 만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자기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각종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이 대표와, 검찰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최근 딸 문다혜씨 압수수색 영장에서 피의자로 적시된 문 전 대통령이 공동 대응을 모색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여권에선 “사법 리스크 방탄동맹”이라고 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은 이날 취임 인사차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오후 2시부터 약 5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이 대표는 “김정숙 여사님과 대통령 가족에 대해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정치 탄압이고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는 수단이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배석한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一家) 수사에 대응하겠다며 민주당에 ‘전(前)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회동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스럽게 하고 불안을 키우는 상황에 대해 국민 불안이 크다는 데 공감했다”고, 조 대변인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 민생과 정책뿐만 아니라 안보·국방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달라”며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 기반을 넓히는 과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동 후에는 평산책방으로 이동해 서로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주먹을 쥔 모습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등을 외쳤다.

이 대표는 앞서 오전엔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일련의 상황에 대해 권 여사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고, 당에서 지금처럼 중심을 잡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가 말한 ‘일련의 상황’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조 대변인은 “마침 우리가 양산을 간다고 하니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이 대표는 ‘당에서 중심을 잡고 잘해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 대해 “식성도 그렇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 많이 닮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사법 리스크’에 맞닥뜨린 문·이 두 사람이 검찰, 나아가 윤석열 정권에 공동 대응을 모색하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 측 핵심 인사는 “두 사람이 검찰에 대한 문제 의식이 크다 보니 격한 메시지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 측과 친문 진영 사이에선 지난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 논란이 일면서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최근 본격화하면서 이날 회동이 이 대표가 비판해온 ‘윤석열 정권’ 성토 자리가 된 것 같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최근 검찰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수사와 관련해 “논두렁 시계 수사 2탄”이라고 비판했고,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쯤 가면 막하자는 거지요?”라며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한 여권 인사는 “검찰 수사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검찰의 무도함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날 회동과 관련해 “야권의 정치 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회동’”이라며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동맹’”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이들이 한 배에 오른 모습은 오월동주(吳越同舟)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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