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약 250m를 더 나아간 뒤 로컬라이저(방위각 지시 장치)를 세우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이 둔덕에는 흙이 덮여 있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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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제주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해 179명이 사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고기 조종사가 문제의 흙 둔덕 안에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현장 소방관들 역시 “우리도 처음엔 단순 흙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무안공항 활주로의 콘크리트 둔덕은 흙 둔덕으로 착각할 수 있는 모양새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를 고정해주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기둥 모양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위에 흙을 덮어 겉에서 보면 둔덕 모양이다. 둔덕의 크기는 가로 40m, 높이 2m, 두께 4m 정도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한 소방관도 콘크리트 구조에 관해 묻자 “구조하느라 정신이 없어 잘 못 살폈다”면서도 “얼핏 보면 흙벽만 보이지 안에 콘크리트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지난 30일 오후 전북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181명 탑승객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관계자들이 둔덕을 조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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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조종사들이 아무리 운항을 잘 하고 공항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시설 내부 재료까지 알 수는 없다”며 “흙벽 뒤에 콘크리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항공경영과 교수는 “공항 관리는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하기 때문에 아무리 베테랑 조종사라도 공사로부터 설명을 상세히 들은 게 아니라면 세부 시설이나 시설 재료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공항이 바닷가에 위치하다보니 흙을 쌓아 콘크리트 기둥을 고정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도 “조종사용 항공 차트에도 시설 재료나 구체적인 크기, 공사 방법 등은 나와있지 않다”며 “(조종사들은) 모든 공항 시설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잘 공사돼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설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사고기 조종사는 활주로 시설 중 관제탑, 신호등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도 “흙벽 내부가 콘크리트인 줄 알았다면 조종사가 그렇게(구조물과 충돌) 할 리가 없다”고 했다.
한편 사고기는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동체 착륙은 기체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도록 해야 하는 등 고난도 조종 기술이 필요하다. 영국의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날개나 기수를 보면 동체 착륙만큼은 아주 잘 됐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질 때도 심한 손상이 없었다”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한 건 착륙 자체가 아니라 항공기가 활주로 끝 바로 너머의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광주광역시=장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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