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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미국 채용·입시 바꾸는 AI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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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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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미국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 인공지능(AI)이 있다. 생성 인공지능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구직 시장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14일치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구직자의 절반이 지원서 작성 시 챗지피티(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해 답변을 작성하고 있다. 46%가 일자리 검색과 지원 과정에, 45%가 이력서 작성이나 수정에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채용 플랫폼 ‘어플라이드’의 키아티 순다람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으로 작성한 지원서가 급증하면서, 직무당 지원자 수가 두배 이상 늘었다”며 구직 시장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부 대기업, 특히 딜로이트 등 4대 회계법인은 지원서에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포천 선정 500대 기업의 97% 이상이 지원자 선별 과정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순다람 최고경영자는 “생성 인공지능 덕분에 일자리 지원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지만, 그 결과 지원자의 질이 떨어져 기업들이 인재를 선발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생성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 대학 입시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미국 대학 입시는 학생들의 고교 시절 학업 성취와 대학 입학 시 달성할 목표를 담은 ‘에세이’를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에세이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에세이를 제출하면서 선별 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국 시사 잡지 ‘애틀랜틱’은 “대학 에세이는 죽었다”는 사설을 내놓을 정도다. 미국 교육 연구기관 ‘파운드리10 디지털기술 및 교육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학 입학 지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대학에 지원한 고등학생의 3분의 1이 입학 에세이를 작성할 때 생성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의 등장과 확산으로 교육과 구직 시장은 과도기를 겪고 있다.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의 활용은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대학 입시뿐만 아니라 구직자 선발을 위한 채용에서도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뛰어난 결과물을 창출하는 교육과정과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해 대응해야 할 때다.



미국 대학들은 인공지능 교과 과정을 빠르게 도입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따르면, 코넬대는 ‘인공지능과 사회’ 전공을 설계 중이며, 서던캘리포니아대는 지난해 ‘인공지능 비즈니스’ 전공을 개설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이른바 디아이와이(DIY) 학위도 부상하고 있다. 이 학위들은 ‘개별 연구’, ‘유연성’, ‘맞춤화 전공’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주요 목적은 동일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선호도에 맞춰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칼리지팩추얼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개별 연구’ 학위를 취득한 학생 수는 전년도보다 3% 증가했다. 대학별로 보면, 로체스터공대의 ‘개별 연구’ 전공 등록자는 같은 기간 45% 증가했으며, 텍사스대는 2021~2022학년도에 114명이 ‘개별 연구’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는 전년도보다 41% 증가한 수치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인공지능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을 바꾸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실존적 문제”라고 지적한 키몬 드라코풀로스 서던캘리포니아대 데이터과학운영 부교수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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